[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북한 원정길에 올랐다가 핵실험을 경험한 레바논 국가대표팀 공격수 수니 사드(25·스포팅 캔자스시티)가 당시 일화를 공개했다.


미국 프로축구 리그 '메이저 리그 사커'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 5일 북한과 2019 아시안컵 3차 예선 B조 3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캔자스 시티의 공격수 사드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레바논 대표팀이 경기를 위해 평양에 체류하고 있던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사드는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 거리에서 군가가 울렸다. 스피커에서는 북한의 국가가 나왔다. 뉴스를 확인하니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보였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그는 "'큰일 났다. 경기가 언제지? 빨리 끝내고 이곳을 떠나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공포감이 엄습했던 그때의 기분을 설명했다. 사드는 레바논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었기에 더욱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떨던 그를 진정시켜준 것은 경기를 취재하러 온 한 영국 기자였다. 사드는 "평양에서 만난 영국 기자가 걱정 말라고 말해줬다"며 "그 기자가 '북한은 스포츠에 큰 자부심이 있다. 타국 선수단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징계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 마음을 어느 정도 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드는 걱정을 털고 나니 북한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적이 있어 한국 인사말을 몇 마디 알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니 반갑게 대답해줬다. 팀 동료들이 신기해했다"며 웃었다.


경기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흰색 옷에 붉은 타이를 매고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10명이 넘는 치어리더들이 응원을 주도했다. 엄청난 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경기 후에도 북한에서 이틀을 더 머무른 사드는 마침내 북한을 떠나 중국을 경유해 소속 팀으로 복귀했다. 그는 "내가 '중국에 와서 정말 기쁘다'라는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북한을 떠날 때의 기분을 재치 있게 설명했다.


한편, 레바논은 이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수니 사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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