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난사람①]문소리,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인터뷰)
    • 입력2017-09-11 06:52
    • 수정2017-09-1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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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소리2
[스포츠서울 남혜연 대중문화부장]문소리의 도전과 열정이 반가운 요즘이다.
‘대표 연기파 배우’ 문소리가 감독으로 변신했다. 감독, 각본, 주연까지 1인 3역을 해냈다. 그가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작품의 제목은 ‘여배우는 오늘도’다. 영화는 문소리가 석사과정(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을 밟으면서 과제로 만든 3편의 단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하나로 묶어 장편으로 완성했다. 트로피 개수는 메릴 스트립이 부럽지 않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인 데뷔 18년 차 중견 여배우의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문소리는 여배우의 현실 그리고 자신이 겪어온 상황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마치 내가 문소리가 된 것처럼, 벌어지는 모든 일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문소리는 연출작이자 주연작인 영화에 대해 “영화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연뒤 “나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있는 배우 문소리를 만났다.

-연출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20여 년을 영화 공부를 했으니, 조금 더 영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영화를)만드는 것과 개봉을 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부끄럽다’는 생각도 있었고. ‘내가 이렇게 살아요’라는 얘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고요. ‘요즘 저와 주변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해요?’라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함께 영화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이 함께 지원도 해주고, 홍보도 해줘서 할 수 있었어요.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여배우의 매력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자 배우들의 현실적인)얘기를 한지 오래됐어요. 저만 그런것도 아니고,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한국영화가 다양하지 않아졌고, 새로운 이야기도 줄어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또 살아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극중 ‘배우한테는 매력이 중요해. 연기력이랑 매력이랑 붙으면 매력이 이기거든’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매력은 외모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중요하잖아요. 이 힘이라는 것은 여러가지에서 나오고요. 그게 뭐랄까. 여러 배우들을 보다보다 배우의 매력이라는 게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대사를 쓴 것 같아요.

-감독을 하면서 떠오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3부작 중 ‘최고의 감독’을 찍을 때 고 김종학 감독님이 생각 났어요. 당시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많이 울었어요. 죄스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MBC드라마 ‘태왕사신기’라는 작품으로 감독님과 만났죠. 당시 어려웠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꼭 나를 상하게만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을 통해 모자란 부분은 채워졌고, 힘들었던 것 만큼 많은 것을 얻었죠. 되돌아 보면 나는 그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동시에 촬영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만 너무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그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가장 마음에 남고 죄스럽죠. 물론, 몸이 닳도록 연기를 했지만, 온마음을 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많이 미안했고,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면, 배우 문소리가 온마음을 다해 사랑한 캐릭터가 있었을까요.
웬만하면 온마음을 다해 사랑했어요. 아낌없이 다 바쳤는데, 그 당시에는 영화도 함께 촬영하고 있어서 마음을 다 주기 어려웠던 것도 있었죠.

-배우이자 엄마, 아내 등 실제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 문소리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한 가지 역할만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엄마 문소리는 극성엄마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내버려둬요. 간혹, 아이가 ‘엄마 심심해요’라고 할 때가 있는데요. 곧 학교에 들어가면 심심해 할 시간이 줄어들거고, 또 어떠한 생각을 하게되는 시간되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끔 아이가 “엄마는 어쩌다 영화를 하게됐어?”라고 물어요. 만약에 아이가 저나 남편처럼 영화를 한다고 하면 부모 입장에서 반대의견은 얘기할 수 있지만, 말릴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요. 다른 일을 하면 응원해줄 수 있지만, 딸 아이가 영화를 한다면 누구보다 잔인하게 평가할 것 같아요.
문소리 감독
문소리 감독2
감독 문소리의 모습.
-감독 문소리가 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텐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자나깨나 영화 생각하고, 슛 들어가기 전까지 배우들 찾으러 다니고. 특히 이번 영화에서 보면 장례식장, 그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안 돌아다닌 곳이 없어요. 서울, 경기지역까지 다 다니다가 결국 부산까지 갔죠. 처음 스태프들은 “그 한 장면 찍으려고 거기까지 가요?”라고 했지만, 결국 장소에 가보고 나니 아무말 안하더라고요. 모두 알았던 거죠. 오래됐지만,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질서와 정돈의 느낌까지요. 아마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을거에요.(웃음)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함께 해본 감독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갔을 것 같다.
이창동 감독님이 가장 많이 생각났어요. 영화 ‘박하사탕’을 끝내고 나서 감독님에게 ‘저 이런 단편영화 한편 찍어볼까요?’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만해도 필름으로 영화를 찍을 때였거든요. 하루는 이창동 감독님이 “짜투리 필름 다 줄테니까, 영화 한 번 찍어봐. 적극적으로 하다보면 만들 수 있어”라고 하셨어요. 10년이 지나서 이제야 찍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죠. 여러 감독님들의 얼굴을 떠올랐던 순간들이었어요. 물론, 앞에서 언급한 김종학 감독님 생각은 더 났고요.

-또 다른 영화감독이 있다. 감독이자 남편인 장준환. 문소리에게 장준환이란.
인생의 동반자죠. 10여 년을 함께 살았죠. 아직도 우리 부부는 존칭을 해요. 그게 참 좋은 것 같고요. 이번 영화의 파이널 편집본은 보여줬어요. 처음에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장준환 감독은 “만들어 보세요. 힘들겠지만, 공부가 될거에요”라는 이런 입장이었고요. 영화, 감독 선배로 많은 조언도 해주고요. 하지만, 칭찬은 굉장히 박해요.(웃음) 그리고 이번 영화를 했을 때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해줬어요. 굉장히 부드럽고, 다정한 태도로 말을 해줄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이 영화의 존재의 이유는 뭐에요? 당신 마음의 핵심은 뭐죠?”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에요.

-배우 설경구가 문소리에게 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같은 소속사고,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 선배. 오늘 아침에 (설)경구 선배 인터뷰를 봤어요. 저도 운동을 할 때는 시간도 별로 없고, 최대 효과를 보기위해 줄넘기를 1000개 씩 하거든요. 그런데 오빠 인터뷰를 봤는데 1만개를 했다는거에요. “난 정말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극이 됐어요. 또 이번 장준환 감독의 ‘1987’ 영화에도 경구 선배가 출연하거든요.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다녀와서 장 감독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더라고요.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게 너무 고맙죠. 그래서 이번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도 기대하고 있어요.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포스터.
-포스터가 너무 인상깊다.
처음에는 이렇게 찍을 생각이 아니였어요.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 ‘여배우’라는 제목이 있으니까, 드레스를 입고 찍어보자 했죠. 이왕 찍을 거 트로피 들고 열심히 뛰어보자고요. 그런데 이 포스터를 가장 더운 8월에 단국대학교 운동장에 찍었어요. 너무 더워서 개미 한마리 없는 그 운동장에서 찍는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감독제안이 더 많을 것 같다.
제의를 받기도 해요. 그러나 거절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문소리는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러한 감독이 되어야겠다’ 이러한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 것 같아요. 힘이 들어도 새로운 요리를 맛있게 해서, 다 같이 맛있게 먹으면 즐겁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가 재미있게, 맛있게 할 수 있는 게 생기면 힘이들더라도 팔을 걷어붙여볼 생각이 있어요. 그게 진심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면요. 그 과정속에서 보람되고 재미있다면 한 번 더 (감독을)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웃음을 선사해 주지 않을까요? 삶 안에서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웃음이요. 화려해 보이지만, 소박하기도 하고. 삶은 고단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함께 웃는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 함께 웃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배우 문소리의 다음 행보는.
11월에는 프랑스 투어를 해요. 지난해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해 한국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으로 제작한 ‘빛의 제국’을 공연했어요. 김영하 작가의 원작을 각색했고, 연출 및 모든 스태프들이 프랑스 사람들이 참여했죠. 이번에는 프랑스 세 개 도시에서 투어로 공연을 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산책하면서 몸을 풀고 난뒤 공연을 할 생각이에요. 하루의 일과를 온전히 공연을 위해 사용하는 거죠. 딸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런 천국이 나에게 주어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웃음) 솔직히 말해 그 시간을 엄청 기다리고 있어요. 아마 꿈같은 시간일 것 같아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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