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화 배영수, NC전...시작은 불안했지만...?
한화 선발 배영수가 20일 청주 NC전에서 0-4로 뒤진 3회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배영수(36)가 최근 논란이 된 부정투구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다.

배영수는 23일 수원 kt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행동이었다. 변명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 베테랑인데 부정투구 규정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 다 알아야 한다”는 말로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저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동안 정면승부만 해왔다. 비겁한 승부는 안했다. 18년 동안 마운드에 서며 계획적으로 한 행동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답답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 핑계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억울한측면이 있지만 규칙상 부정투구가 맞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등판한 배영수는 7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역투했다. 2-1 리드를 안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역전을 허용해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물오른 롯데 타선을 특유의 완급조절과 과감한 몸쪽 승부로 잘 막아냈다. 롯데 이대호에게 두 차례 사구를 내줘 얼굴을 붉힐뻔 했지만 배영수가 먼저 다가가 “손에서 빠졌다.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해 불필요한 신경전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대전구장은 비가 오락가락 해 주심을 맡은 박근영 심판위원이 마운드 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3회초 선두타자 문규현을 상대로 커브를 던질 때에는 손에서 공이 완전히 빠져 백네트로 날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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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NC가 21일 오후 마산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2회 SK의 공격 때 나주환의 내야 땅볼로 1루에서의 아웃 판정에 대해 심판합의한정을 진행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로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근거다. 이 때문에 4심과 롯데 벤치 누구도 배영수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문상으로는 부정투구가 맞다. 야구규칙 8.02 투수금기사항 a-4항에는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을 금지해뒀다. 로진을 묻혔든 아니든 절대 공을 문지르면 안된다는 의미다.

a-1항에는 투수가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5.486m)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도 금지했다. 추운 날씨라 양팀 감독이 동의한 날에는 가능하지만 이 역시 부정투구의 범주에 속해있다. 그러나 다수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심지어 투수판을 밟은 채로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몇몇 외국인 투수들은 습관적으로 손가락에 침을 발라 유니폼에 문지르거나 두 손으로 공을 닦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어떤 투수는 로진을 글러브를 낀 손목에 탁탁 털기도 하고, 이 가루를 팔에 비비기도 한다. 규칙을 적용하려면 이런 모든 사항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심판위원회도 논란이 됐으니 징계한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곤란하다.

유니폼 혹은 글러브에 공을 문지르면 안되지만 투구할 때 로진가루가 날릴 정도로 손에 남아있는 경우는 규칙상 부정투구가 아니다. 심판들이 종종 주의를 주지만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다. 로진이 묻은 유니폼에 공을 닦는 것과 가루가 날릴 정도로 손에 과다한 로진가루를 묻히는 것 중 어느쪽이 투구에 더 큰 영향을 끼칠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배영수는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논란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논란을 위한 논란은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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