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영
LG 손주영이 올해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LG 양상문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좌완 불펜요원 윤지웅(29)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시즌아웃됐기 때문이다. 이제 윤지웅은 양 감독의 계산에서 빠지게 됐다. 양 감독은 급히 윤지웅을 대신할 카드로 좌완 신인투수 손주영(19)을 택했다. 손주영은 1군에 합류하자마자 4회 조기투입됐다. 이유가 있다.

윤지웅은 올시즌 3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1세이브, 3홀드, 방어율 3.86을 기록했지만 10일 불미스런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LG는 바로 윤지웅에게 잔여경기 출장 정지 및 벌금 1000만원의 구단 자체 징계를 내렸다. 윤지웅은 양 감독의 불펜운용에 중요한 카드였다. 좌완 불펜요원 진해수가 원포인트 릴리프 위주로 활용됐다면 윤지웅은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등 불펜 모든 보직을 맡길 수 있는 투수였다.

양 감독은 1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윤지웅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침통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갑작스럽게 좌완 불펜투수 1명을 잃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줘야 했는데 양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인 손주영을 1군 엔트리에 넣었다. 경남고 출신 신인인 손주영은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LG 지명을 받았다. 당시 롯데가 1순위로 윤성빈을 택했기에 지명할 수 있었던 투수다. 아직 1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던 손주영은 올해 퓨처스리그(2군)에서만 11경기에 등판해 5승3패, 방어율 4.19를 기록했다.

손주영을 윤지웅의 대안으로 택한 양 감독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1-5로 뒤지던 4회 1사 2루 추가 실점 상황에서 손주영을 투입했다. 만약 손주영이 실점을 허용하면 ‘경기를 미리 포기했는가’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밀어붙였다.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손주영은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 이성우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기대에 화답했다. 5회 1실점했지만 연타, 장타를 허용해 내준 점수가 아니다.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치고 나간 노수광이 도루와 정진기의 3루 땅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최정의 희생플라이 때 홈까지 들어갔다. 이날 손주영은 1.1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 1실점했다.

아직 1군 무대를 밟아보지 않은 손주영은 이날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했다. 무너졌다면 자신감을 잃을 수도, 향후 등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투입시기도 빨랐기에 결과에 따라 양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 감독은 비난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여러 투수를 상황에 맞게 투입해 가능성을 따질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손주영이 위기 상황에서 강단(剛斷)있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윤지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양 감독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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