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손연재가 20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및 국제대회 파견대표 선발전’ 시니어 부분에서 후프연기 후 점수를 기다리고 있다.태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스타 손연재(23·연세대)가 현역 은퇴를 공식화했다. 지난 해 리우 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겼던 그가 대회를 마친지 6개월만에 내린 최종결론이었다. 6세 때 처음 리듬체조를 시작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17년간 달려온 그는 매트에서 잠시 내려와 숨을 고르기로 했다. 당장 정해놓은 다음 행보는 없다. 당분간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천천히 미래를 그려나갈 생각이다.

◇손연재 스스로의 의지로 택한 은퇴

지난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래 손연재가 국제대회에서 내놓는 성과들은 늘 한국 리듬체조사상 최초이거나 최고였다. 올림픽출전권을 자력으로 얻은 첫 사례는 지난 2007년 신수지가 세계선수권 17위로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이었다. 손연재는 세계선수권 11위로 2012 런던올림픽 출전권으로 따내며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사상 최초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얻지 못하고 4위에 그쳤지만 그동안 한국 리듬체조가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성적이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을 마친 직후 은퇴의사를 내비쳤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했던 말이었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전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것도 그의 은퇴를 예상하게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직후 은퇴를 고민했다”고 고백했던 그는 리우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설정해 2년을 더 버텼다. 손연재 스스로는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결심했지만 주변에서는 “아쉽게 올림픽 메달 문턱에서 멈췄던 만큼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만류가 적지 않았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갤럭시아SM 관계자는 “처음에는 손연재의 모친도 운동을 더하길 바랐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리우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한다는 생각이었다. 은퇴 결정은 100% 손연재 본인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외에 굵직한 국제대회가 없다. 내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있지만 이미 금메달을 얻었던 만큼 운동에 전념하기 위한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하다. 그가 아쉬움을 남긴 올림픽 메달에 다시 도전하려면 오는 2020 도쿄 올림픽을 노려야 하는데 리듬체조의 적령기를 생각하면 26세가 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무리가 있다. 시기적으로도 손연재의 은퇴의지를 막을 요인이 없었다. 손연재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나와 같이 걸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평범한 일상으로…, 다음 행보는 천천히

“은퇴 이후의 활동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손연재측의 설명이다.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4학년인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년동안 휴학했다. 올해 복학해 졸업까지 남아있는 두 학기를 평범한 학생으로 보낼 예정이다. 대회 출전과 러시아 전지훈련으로 캠퍼스생활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그로서는 4학년이 되어서야 실질적인 첫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손연재측 관계자는 “단지 졸업장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대학생활도 즐겨보고 공부도 열심히 해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수강신청도 학점을 꽉꽉 채웠다. 새학기에는 학교 친구들이 손연재를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듬체조를 널리 알린 주인공으로서 지도자나 국제심판 등을 준비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발휘할 마음은 품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 손연재측 관계자는 “리듬체조에서 벗어난 일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지도자나 심판 자격 취득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중국에서 코치 제의가 왔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면서 “하지만 차후 지도자나 국제심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어와 중국어 등의 어학, 잘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 등 관련이 있는 과목들을 수강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재능기부 형식으로 어린 후배들을 가르칠 기회를 만들 생각이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는 선수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갤럭시아SM의 이승목 부사장은 “해외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라고 생각한다. 돈벌이를 떠나 선수생활 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해당종목의 발전에 이바지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까지 시선을 넓혀서 그동안 손연재가 배운 것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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