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계약사진
우규민(오른쪽)이 삼성과 4년 동안 총액 65억원에 FA계약을 맺은 뒤 김동환 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삼성과 LG의 스토브리그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선제공격은 삼성이 날렸다. 삼성은 5일 LG의 핵심 투수 가운데 하나인 사이드암 우규민과 4년 동안 65억원의 조건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우규민을 포함해 봉중근, 정성훈 등 자체 FA선수들을 모두 잔류시킨다는 밑그림 속에 삼성 차우찬을 영입하겠다는 야심찬 FA 전략을 세웠던 LG가 보기 좋게 한 방을 얻어 맞은 셈이었다.

삼성은 이에 앞서 LG에서 은퇴한 정현욱을 코치로 영입해 LG의 자존심을 건들기도 했다. 삼성은 2011년 겨울 FA시장에서 팀 투수진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던 정현욱을 LG에 내줬다. 정현욱이 LG에서 거둔 성적은 삼성 시절에 비하면 초라한 것이었지만 그가 LG 투수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LG는 그런 정현욱의 은퇴를 번복시키기 위해 수차례 설득을 펼쳤지만 정현욱은 흔들리지 않았고 얼마 뒤에는 삼성의 러브콜을 수락했다.

정현욱의 삼성 코칭스태프 합류에 이어 우규민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LG의 심정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삼성이 필사적으로 잔류시키고 싶어하는 좌완 차우찬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삼성 측은 우규민과 계약을 마친 뒤 “남은 것은 차우찬의 잔류다. 이미 FA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찌감치 역대 최고액을 제시했다”며 차우찬을 붙들어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거포 최형우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차우찬을 잡는데 집중하겠다는 설계 아래 KIA와 빅딜에 성공한 최형우가 받아낸 100억원을 뛰어넘는 조건을 이미 협상 초기부터 내밀었다는 것이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차우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2년 뒤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S포토] 삼성 차우찬, kt전 8-0 리드 속에 시즌 10승이 보인다!
삼성과 LG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FA 차우찬. 대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그러나 삼성 측이 ‘100억원+α’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에도 LG는 차우찬 영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LG 구단의 한 관계자는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다면 (LG로) 오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 이상의 거액을 안겨줄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이미 그룹 고위층에서 차우찬의 이름을 콕 집어 데려오라고 지시를 했다는 소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미 FA시장에서는 LG가 차우찬을 데려가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삼성이 우규민을 선택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삼성 측이 관례를 깨고 FA협상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것도 차우찬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증명해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과 LG가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전업체의 자존심을 두고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두 팀은 2012년 첫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해빙무드를 맞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삼성은 1999년 FA로 풀린 LG의 주전포수 김동수(현 LG 2군 감독)를 3년 총액 8억원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에 데려가 LG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허를 찔린 LG는 2000년 이후 ‘삼성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LG가 사력을 다해 삼성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려 했던 배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LG는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며 암흑기를 맞았고 꽉 막혔던 우승의 물꼬를 튼 삼성은 이후 KBO리그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LG 입장에서는 삼성에 되돌려줘야할 묵은 빚을 스토브리그에서 갚아주고 싶다는 열망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가 또다시 스토브리그에서 정면 충돌하면서 ‘냉전의 시대’가 다시 ‘열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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