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판도라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현실이 곧 영화가 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논단 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촛불시위 까지 그 어느때 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스크린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한국영화 부터 할리우드 작품 까지 사회불안의 정서를 담는 동시에 무능한 권력자들의 행동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며 관객들을 설득하고 있다.

과거 영화 속 내용들이 ‘믿기지 않은 현실’로 판타지 혹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요즘의 영화들은 ‘현실이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카피로 변화하고 있는 것. 영화관계자들은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린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 조금더 직설적이게 표현한 캐릭터들에게 관객들이 함께 분노하거나 공감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는 재난블록버스터물임에도 극중 김명민이 맡은 무능력한 대통령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좁은 땅덩이인 대한민국, 40년 이상 노후된 원전이 폭발해 사람들이 대피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극중 대통령이 폭발의 위험에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 포인트 중 하나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원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됐다’, ‘무능력한 대통령에 현명한 국민의 행동이 통쾌하다’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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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렘넌트:생존자들’의 한 장면. 사진 | (주)시네마리퍼블릭 제공

외화 역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렘넌트:생존자들’(팀 스체즈니악 감독)은 태양의 폭발로 전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생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원 없이 대책만 세우는 국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피는 꽤 자극적이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 무엇보다 극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과 보좌관, 장관, 장군들이 벙커로 모이지만, 이들은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권력욕을 놓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또한 현재 상영중인 ‘테일 오브 테일즈’는 다양성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도 무능력한 왕이 등장한다. 귀여운 외모로 공주병에 걸린 것 같은 ‘바이올렛’은 괴물과 결혼하게 되는 운명과 맞닥뜨리며 180도로 변한다. 결국 괴물과 결혼하여 살게 되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이지 않고 사랑과 생존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며 노력한다. 이에 반해 ‘바이올렛’의 아버지인 ‘하이힐스 왕’은 우연히 발견한 벼룩을 애완동물로 키우며 나라의 정사는 돌보지 않고, 딸의 결혼까지 운에 맡겨버리며 모든 일에 있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현대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을 연상시키며 몰입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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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 오브 테일즈’의 한 장면. 사진 | 오드(AUD) 제공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속 상황 그리고 극중 캐릭터와 함께 울고 웃으며 깨달음을 얻고 스트레스도 풀며 조심스럽게 미래를 예측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현 실태를 어느 정도 반영한 영화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홍보 포인트로는 대환영이다. 대중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설득이 가능하다”면서도 “반면 ‘영화에서도 무능력한 지도자 때문에 우리의 삶이 피로해야 할까’라는 자괴감도 빠지게 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whice1@sportsseoul.com

영화 ‘판도라’의 무능력한 대통령 역을 맡은 김명민. 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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