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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공격수 박준태가 28일 수원 삼성전에서 골을 넣은 뒤 조진호 감독에 달려가 안기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상주=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한다던 ‘말년 병장들’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졌다. 전역을 앞둔 상주 상무 선수들이 마지막 홈 경기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상주는 28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40점(12승4무12패)을 확보한 상주는 4위로 순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갈 길 바쁜 10위 수원 삼성(승점 31)은 8월 열린 5경기에서 4무1패로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9월을 맞게 됐다.

이날 경기는 상주의 이용 배일환 양동원 박기동 이승기 박진포 등 16명 전역 예정자 고별전으로 주목받았다. 수원 삼성전은 21개월간 군 복무를 소화하고 다음달 14일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들의 마지막 홈 경기였다. 전역 예정자들은 지난해 팀의 챌린지 우승과 승격을 이끈 주역들이고, 올시즌엔 상위리그 입성을 눈앞에 둘 정도로 좋은 성적을 이어가는데 크게 기여했다. 박기동(9골 8도움), 박준태(8골 1도움) 등은 군 입대전만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이었지만 상주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부활의 날개를 폈다. 오른쪽 수비수 이용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하다 상주에서 기량을 끌어올려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상주 조진호 감독은 “선수들이 이 곳에서 잘되서 나가게 돼 뿌듯하다. 제자들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 이 친구들이 전역 후에 소속팀에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역 예정자 중 김성환 박진포 이용은 지난 4월 문경 시내에서 소매치기범을 검거하며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이 됐다.

조 감독은 황일수와 박진포 등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전역 예정자들은 수원 삼성전에서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원소속팀 복귀를 앞둔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반면 상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은 홈 팬들에게 멋진 작별 인사를 전할수 있도록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조 감독은 “공격수 박희성이 최근 좋은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박기동을 선발로 투입했다. 그동안 팀에 대한 공헌도를 고려한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김성환 임상협 박준태 박기동 등 4명의 전역 예정자가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전역 예정자들은 상주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 마지막 홈 경기를 의미있게 마무리했다. 수중전으로 치러진 이 날 경기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홈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40분 전역 예정자인 박준태와 박기동이 골과 도움을 합작하면서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의 패배를 막아냈다. 박준태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울컥하는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상주에서의 시간을 잊지 않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조 감독도 “박준태가 골을 넣고 내게 안기는데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고 화답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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