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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삼성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 매장에서도 대명라이프와 제휴해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직장인 이씨는 냉장고를 구입하기 위해 가전양판점과 삼성전자·LG전자 대리점 등을 방문했다. 그런데 제품가격 밑에 생소한 할인혜택이 적혀 있어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해당 매장 직원은 “상조회사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상품을 가입하면 제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종 할인가격이 매력적이었지만 ‘상조회사 가입’ 조건이 붙는 것을 듣고 구입을 보류해야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리점(삼성 디지털프라자, LG 베스트샵)들이 상조회사와 제휴해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현재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강남역의 딜라이트는 대명 스마트라이프와, LG 베스트샵은 교원그룹 베스트라이프와 각각 제휴했다. 또 종합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도 하이프리드 상조와 제휴해 유사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언뜻 제품 가격표를 보면 매우 저렴해 매력적이지만 꼼꼼히 상담을 받으면 제법 큰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이 같은 상조회사와 제휴한 상품은 ‘신용카드 선 포인트 할인’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신용카드와 달리 상조회사의 경우 납입기한이 100~110개월(8~9년)로 무척 길어 장기간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크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또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 베스트샵이 지정한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통해 카드 할부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후 상조회사가 월 납입금을 고객 통장으로 입금해줘 플러스마이너스 상계 처리한다. 기존 신용카드 선 포인트 할인과 유사하지만 여기에는 상조회사가 추가되고 최대 9년 2개월이라는 할부기간이 존재한다. 소비자로서는 장기 적금을 가입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이렇게 가입해 할인받은 후 개인의 사정으로 당초 가입한 100~110개월을 채우지 못하거나 자칫 거래은행이 바뀌면서 납입이 지연되면 할인받은 금액을 전부 보상해야 하고, 납입한 금액도 원금의 80~85% 정도밖에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기간이 긴 만큼 부담이 큰 편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물론 기간이 길지만 이율로 치면 은행권보다 조금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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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본사인 LG 트윈타워 내 LG 베스트샵에서도 교원 라이프 제휴가격이 책정돼 있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실제 상조회사 제휴 할인 금액이 시중 금리보다 이율이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상조회사에서는 상조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고, 또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는데다 9년에 걸친 월 납입의 부담이 존재하는 것도 맞다. 소비자 선택의 몫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듣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소비자로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상조회사들의 도산이나 폐업이다. 현재 국내에는 300여 상조업체가 성업 중이다. 대부분 서비스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변별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심화되고 재정상황은 악화돼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폐업하거나 등록취소한 상조업체 수가 9곳에 달한다. 폐업하거나 등록취소한 상조업체에 가입한 회원은 해당 업체와 보상보험 계약을 맺은 은행이나 공제조합을 통해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납입한 금액을 100%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전 대리점 직원들은 상조회사가 규모가 커 폐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대명 스마트라이프 브랜드를 보유한 대명스테이션의 선수금 보유액은 1073억원으로 업계 11위이며, 교원라이프는 281억원으로 33위에 그쳤다. 상조업계 전반적으로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안심하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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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는 하이프리드와 제휴해 선 할인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하지만 가전 대리점·양판점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상조업체와의 제휴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전제품의 가격이 갈수록 비싸지고, 인접한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구매가격을 낮춰야 소비자들의 내방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상조업체와의 제휴에 앞서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경쟁업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휴를 맺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가전양판점 중 하나인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상조업체와 제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자랜드프라이스킹 관계자는 “(상조업체 제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견이 많았지만 당분간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며 “하지만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이 다른 매장보다 비싼 가격표를 보고 화를 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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