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4242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11월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장현수(왼쪽에서 첫 번째) 득점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6월 유럽 원정 2연전에 앞서 엔트리 20명을 꾸렸다.

이들을 조금 나눠보자. 우선 유럽파는 기성용 손흥민 홍정호 지동원 윤석영 석현준 등 6명이다.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남태희와 곽태휘 임창우 한국영 등 4명이고, 장현수 김기희 윤빛가람 정우영 등 4명은 중국에서 활약한다. 김진현 정성룡 등 두 골키퍼는 일본 무대를 누빈다. 그리고 마지막 4명이 이재성 주세종 이용 황의조 등 K리거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K리그를 상당히 강조한다. 지난해 초엔 “대표팀을 꾸리면 그 중 K리그 우승팀 멤버가 4~5명은 들어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금씩 대표팀에서 K리그 선수들을 줄여나갔다.

반면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유럽파는 물론, 한 수 떨어지는 중동과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곧잘 선발했다. 물론 이들 중엔 적지 않은 수가 K리그에 머무르다가 간 케이스다. 하지만 유럽파는 유럽파대로, 중동-중국파는 그들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중엔 확고한 주전급이 적다. 이번에 뽑은 6명 중에서도 굳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대접받는 선수를 꼽으라면 홍정호 정도다. 기성용과 손흥민도 최근엔 부상이나 극심한 경쟁 등의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 유럽파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일찌감치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유럽 원정 대비 훈련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기성용과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슈틸리케호’는 2일 끝난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으로 대패했고 유럽파는 보탬이 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분한 나머지 벤치로 들어오면서 유니폼을 집어던졌다.

그런데 경기 감각이 나쁘지 않은 중동-중국파도 스페인전에서 부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래도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외치며 이들을 줄기차게 기용하고 있으나 그들은 스페인전을 통해 한계를 드러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시아 무대에서 이들 리그가 K리그보다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준이 높지 않은 리그에서 뛰어봐야 기량이 늘 리가 없다.

반면 유일한 득점자 주세종과 그의 골을 도운 이재성 등 K리거들은 그나마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팔딱팔딱 살아있는 듯한 감각으로 스페인을 움찔하게 했던 선수들이 바로 두 미드필더였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주세종과 이재성은 지난달 29일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치르고 부리나케 오스트리아까지 오느라 시차와 피로 회복이 덜 됐다. 대표팀 본진보다도 하루 늦게 왔다. 그럼에도 주어진 30분간 다부지게 누볐다.

스페인전 대패는 오는 9월부터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도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그 속엔 뛰지 않는 유럽파에 대한 맹신, 중동-중국파에 대한 중용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