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좋은날 오겠지\'
[사라소타(미 플로리다주)=강명호 기자] 8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경기에서, 8회초 교체된 볼티모어 김현수가 서둘러 클럽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김현수(28·볼티모어)가 기로에 섰다.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불과 3주 만에 정반대 상황이 됐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개막을 맞아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30일(한국시간)더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ASN)과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될 것이다. (개막 시리즈에서는)조이 리카드가 주전 좌익수를 맡는다. 김현수는 이 곳에서 성공하길 원하고, 멀리 보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 선택이다.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있기 때문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듀켓 단장은 결코 김현수에게 직접 마이너리그행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제안할텐데, 에이전트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고 귀띔했다.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공을 선수에게 넘기는 모양새다.

구단 입장에서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쿨 하게 지명할당(방출)하면 된다. 해외무대에 도전했다 실패한 뒤 KBO리그로 돌아갈 경우 큰 환영을 받는 국내 프로야구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듀켓 단장은 이미 정대현(롯데) 윤석민(KIA) 김성민(삼성) 등의 사례를 통해 KBO리그 구단들의 습성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한국에서 잠깐 비난 여론이 일겠지만, 시즌 후 또 누군가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하면, 환영 일색 일 것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빅리그 안에서도 선수 거취에 대한 언론 플레이에 능한 단장으로 손꼽히는 듀켓 단장의 성향을 고려하면, 김현수가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와 벅 쇼월터, \'은밀한 대화!\'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오른쪽)와 벅 쇼월터 감독이 2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라소타(美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kangmycall@sportsseoul.com

김현수는 구단의 제의를 받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한 빅리그 스카우트는 “김현수는 훌륭한 타자다. 선구안도 좋고 콘택트 능력도 뛰어나다. 다만 스캇 쿨바 볼티모어 타격코치는 ‘지금의 매커닉으로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 놓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지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커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꾸준히 나왔다”고 전했다. 또다른 스카우트는 “준비동작이 늦다는 얘기는 들었다. 90마일(약 144㎞) 대 빠른 공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93마일(약 150㎞) 대로 날아오는 패스트볼과 커터, 투심, 싱커 등에는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데, 메이저리그는 코치가 먼저 선수에게 타격폼 수정을 권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치밀한 준비 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기 때문에 보장된 2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뜻이다.

본지 최희섭 객원기자(전 KIA)는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더라도 2년 700만 달러는 보장이 된 상태다. 향후 노력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코치 한 두 명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작업도 후일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현수가 정말로 메이저리그 입성을 원한다면, 꿈을 위해 전력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4번타자로 활약 중인 츠츠고 요시토모는 지난 겨울 자비를 들여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윈터리그에 참가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투수들이 어떤 공을 치는지, 장래 빅리그에 도전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도약을 위해 일보 후퇴를 결정한 김현수가 생각해봐야 할 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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