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시그널'이 기억에 생생한 희대의 사건을 녹여내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자화상' 역할을 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디테일의 대가 김원석 PD의 만남, 여기에 김혜수(차수현 역), 조진웅(이재한 역), 이제훈(박해영 역) 등 주연 3인과 조연의 호연이 어우러져 매회 몰입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하며 2016년 연초 최고의 드라마로 호평 받고 있다.


'시그널'은 수사물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엮이는 '타임워프' 형식을 채용해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가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널'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데는 극 안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부끄럽고 참혹한 해당 사건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시그널'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 1~2회 김윤정 유괴사건, 모티브는 '박초롱 유괴사건'


'시그널' 1~2회에 이제훈에게 아픈 기억을 남겨준 사건으로 나온 '김윤정 유괴사건'은 지난 1997년 발생한 '박초롱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범인과 피해아이를 모두 여성으로 설정한 것과 하교 때 납치된 상황 등 실제 사건과 같은 설정으로 당시 사건을 더욱 진하게 상기시켰다. 제작진은 가장 대표적인 아동범죄 사건을 가져와 아동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한번 불러일으켰다.


▲ 3~4회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기억


3~4회에 등장한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차용한 것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첫 희생자가 나온 이후 1991년까지 모두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나,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끔찍한 영구미제사건이다. 희생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모두 여성이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연극 '날 보러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충격적인 범죄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극 안으로 가져온 제작진은 '타임워프' 장치를 활용해 진범을 잡아내는 스토리로 풀어내며 현실에서 범인을 잡지 못한 답답함을 일정부분 해소시켜줬다.


▲ 5회~ 대도+한영대교붕괴, 조세형+성수대교붕괴사고


5회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도사건'과 '한영대교 붕괴사고'는 각각 1970~80년대 발생한 '대도 조세형' 사건과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떠오르게 한다.


조세형 사건은 대도(盜)라는 별명이 붙은 조세형이 드라이버 하나로, 장안 고관대작의 집에서 금품을 훔쳐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든 사건. 조세형이 정재계 인사의 대저택에서 물방울 다이아 등 고가품을 주로 훔치다보니 오히려 세간에 묘한 심정적 동조를 얻기도 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며, 겉만 화려한 한국사회의 부실함에 시민들을 새삼 부끄럽게 했다.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트가 갑자기 무너져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했다.


'시그널' 제작진은 시대가 다른 두 사건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어느 날 정‧재계 거물들의 집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하고(대도사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오경태(정석용 분)가 경찰서로 향하는 도중 한영대교가 무너지며 그의 딸이 죽게 되는 것이 사건의 시발점.


이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들은 극 중 사건과 실제 사건이 오버랩되며 더욱 현실감 있는 시청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한영대교 붕괴사건은 성수대교 붕괴 당시 시내버스 뒷바퀴가 붕괴지점에 걸쳐 있다가 추락하며 등교하던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것과 흡사해 보는 이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뉴미디어팀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tvN 방송화면



[SS분석➂] '시그널'에는 타임워프 통한 대리만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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