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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술자리는 알코올 중독을 부를 수 있다. 제공 | 카프성모병원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인 연말연시에 빠질 수 없는 게 ‘술자리’다. 이 시기엔 1년 술 소비량의 절반이 소비된다는 말도 있다. 술은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지나칠 때엔 문제가 된다. 연말연시엔 흔히 음주로 인한 폭력·음주운전 등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도 상당수다. 실제로 한국인의 ‘술사랑’은 세계 정상급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이 세계 평균의 두 배를 차지한다. 음주는 단순히 기호식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알코올이라는 ‘약물’을 섭취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술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술을 편안히 즐기자는 풍조가 만연하다.

최근 한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혼자서도 술을 즐기는 ‘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일향 등을 첨가한 저도주가 인기를 끌며 여성도 부담 없이 혼술족에 참여하고 있다. ‘혼술족’이 늘어나는 것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술 자체를 즐기며 마시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혼자 술을 즐기는 것을 ‘낭만’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또 저도주 열풍은 지나친 음주를 막고 부담 없이 술을 즐기게 만들어 혼술족이 늘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음주를 즐기지 않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돼 주의해야 한다. 또 저도주로 알코올을 편하고 가볍게 접하면서 알코올 사용장애, 즉 ‘중독 환자’가 늘어날 우려도 높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자주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음주 후 귀가해 또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가 지속된다면 중독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태성 일산 알코올중독치료병원 카프성모병원 진료과장은 “어떤 종류의 중독도 처음에는 가볍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며 “알코올도 다른 마약류처럼 섭취하면 뇌 속 쾌락중추가 자극받게 되고,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쾌락중추가 강하게 반복적으로 자극되면 약한 자극에는 만족되지 못하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중독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 진료과장은 “술을 충분히 섭취하면서도 늘 ‘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 중독 위험성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술자리에서 실수가 잦거나 제대로 귀가하지 못하면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과정을 의심할 수 있어 반드시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술 때문이라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방치하면 심각한 중독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장기간 지속적으로 음주하면 뇌가 손상돼 알코올성치매와 같은 뇌기능 저하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알코올로 인한 뇌기능 저하가 발생된 경우 기억력, 판단력, 지각능력 등이 떨어지기 쉽다.

술은 단순히 중독 위험성만 있는 게 아니다.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과음은 구강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 암 발병과 관련이 높다. 술의 주성분 ‘에탄올’은 몸 속에서 흡수·분해될 때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성한다. 같은 양의 에탄올을 섭취해도 알코올 분해효소의 분해 능력에 따라 사람마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다르게 생성되기 때문에 자기 주량에 대한 섬세한 판단이 중요하다. 주량은 체격, 성별,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술에 강한 사람의 공통점은 알코올을 분해 능력이 높은 효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기를 느끼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 능력이 낮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몸 속에 더 많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들어내므로 암세포가 생기기도 그만큼 쉬워진다. 이런 경우 과음을 지양해야 한다.

하태성 진료과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1시간 동안 분해되는 알코올 양은 10g 정도”라며 “적정 음주량은 하루 에탄올 20g 이하로 각 술의 종류에 따른 술잔으로 해서 2잔 이하에 해당하는 생각보다 매우 적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한도를 정한뒤 이를 지키는 것”이라며 “마시는 양과 술자리 횟수를 정해 놓고 절제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 진료과장은 무엇보다 술을 마실 때 ‘천천히 마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술은 빨리 마실수록 마시는 양이 늘어나고, 과음했다면 2~3일 정도 간이 푹 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미디어팀 new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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