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별들의 전쟁’에서 한국인 선수 간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꿈같은 예기지만 결코 허황한 기대가 아니다.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와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나란히 4강에 진출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아스널(잉글랜드)과 8강 2차전에서 1-0 승리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던 바이에른 뮌헨은 두 경기 합계 3-2로 앞서 4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루 앞선 17일에는 이강인의 파리생제르맹(PSG)이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4-1 대승하며 1차전 2-3 패배를 뒤집고 극적으로 4강에 합류했다.

한국 선수 두 명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것은 무려 19년 만이다. 2004~2005시즌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함께 뛰었던 박지성, 이영표가 함께 4강 무대를 누빈 사례가 있다. 다만 각기 다른 팀에서 한국 선수가 4강에서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4강에서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잡고 4강에 진출했다. PSG는 독일의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맞대결한다. 도르트문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었다. 이 단계만 넘어서면 김민재와 이강인이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의미하는 ‘빅이어’를 놓고 경쟁하는 꿈같은 얘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UEFA 챔피언스리그는 월드 스포츠 이벤트 브랜드 가치에서 7위에 자리했다. 무려 1억6800만달러(약 2311억원)에 달한다. 축구로 한정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큰 대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최고의 팀이 출전해 경쟁하는 만큼 규모와 화제성 등 모든 면에서 클럽 축구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 결승에 한국 선수 한 명이 출전하는 것도 엄청난 역사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박지성과 손흥민(토트넘), 단 두 명이다. 박지성은 2008~2009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결승전에 출전했고, 2010~2011시즌에도 다시 한번 등장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8~2019시즌 결승에서 활약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출전한 경기에서 패배해 우승하지는 못했다.

만약 김민재와 이강인의 소속팀이 나란히 결승에 오른다면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우승하게 된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결승전에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가 될 수 있다. 박지성의 경우 2007~2008시즌 우승을 경험했지만 결승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마침 두 선수의 포지션이 엇갈린다. 김민재는 수비수고, 이강인은 윙어,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담당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강인이 득점하기 위해 공격하고 김민재가 실점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는 짜릿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4강을 넘어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상대할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챔피언스리그 최다(14회) 우승팀으로 확실한 ‘DNA’를 갖춘 난적이다. PSG가 상대할 도르트문트는 그나마 수월한 상대지만 토너먼트에서 강력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라 쉽게 볼 수 없다.

소속팀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강인은 주전과 교체를 반복하는 확실한 레귤러 멤버라 4강은 물론이고 결승에 진출할 경우 출전이 확실시된다. 부상만 아니면 무대의 주·조연이 될 수 있다. 반면 김민재는 최근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졌다.

마티아스 더 리흐트, 에릭 다이어 조합에 밀려 결장하거나 교체로 짧은 시간만 뛰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8강 2차전에서도 교체로 출전해 주 포지션이 아닌 레프트백을 소화했다. 결승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