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벽과 자유를 합성한 단어다.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K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장애인 팬들이 온전히 즐기기에 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스포츠서울’은 제 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팬, 관객,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여전히 부족한 여건을 짚었다.

장애인의 영화 관람은 문화생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오랫동안 요구된 배리어프리 덕분에 영화계에서도 다양한 복지와 혜택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치봄 상영회’가 있다.

영화 상영시 화면해설음성 및 한글자막을 제공해 시각·청각장애인 및 비장애인 모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상영회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와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다.

최근에는 1000만 관객을 달성한 ‘파묘’의 ‘가치봄 상영회’가 각 영화관을 통해 실시됐다. 제 44회 장애인의 날인 20일에는 영화 ‘풀타임’ 상영회가 마포구 소재 시네마테크KOFA에서 진행된다. 오는 28일에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청각장애인 150명을 초청해 ‘범죄도시4’ 한글자막 상영회가 열린다. 허명행 감독과 배우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가 무대인사를 한다.

국내 영화관은 전체 관람석의 1% 이상을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휠체어 좌석을 마련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서다.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일부 영화관에선 구조에 따라 휠체어를 쉽게 옮길 수 있는 리프트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에게 관람료를 할인한다. 중증장애인은 동반 1인까지, 경증장애인은 본인만 적용된다. CGV는 2018년 장애인 일자리 창출 카페 ‘아이갓에브리씽’를 운영 중이다. 중증 장애인의 자립기반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현재 3호점까지 있다.

영화관들이 각종 복지 혜택을 늘려가고 있지만,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아직 다수의 장애인을 만족시킬 환경은 조성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22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 25만 1277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가에 영화나 연극, 연주회 등을 관람한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0.1%에 불과했다. 실제 국내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관은 시도별로 1~2곳에 불과하다. 상영 날짜와 시간, 개봉 영화도 극히 제한돼 있다.

일반 상영관은 휠체어 좌석이 마련돼 있지만 특별관은 휠체어 좌석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최근 가수 강원래가 영화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사례를 폭로하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강원래가 휠체어 좌석 확인을 정확히 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관 내 배리어프리 정책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이와 관련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영화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에 논의가 충분히 있고, 내부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영화계가 호황이면 더 많은 시도가 있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