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원성윤 기자] 배정대가 부상으로 빠진 KT에 새로운 리드오프가 등장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후 올해 KT로 복귀한 천성호(27)다.

천성호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1번타자로 나서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안타 1위(35개) 타율(0.365) 2위에 등극했다.

키움을 6-4로 꺾고 3연패를 끊는 1등 공신이 됐다. 이강철 감독 믿음에 부응했다.

KT는 올시즌 10위까지 내려 앉았다 겨우 9위에 올라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답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이 감독은 경기 전 팀 미팅에서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경기에 임해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경기 후 만난 천성호는 “감독님께서 부담 갖지 말라는 그 말씀이 다 전달 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천성호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KT는 0-1로 끌려가며 연패의 먹구름이 짙어지던 3회, 천성호 3루타가 터지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무사 1,3루에서 나온 2타점 적시타로 KT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수 하영민이 던진 로우-커브를 걷어올리며 우중간 펜스를 맞히는 큼직한 대형 3루타였다. 여기에 폭투로 홈을 밟아 득점까지 보탰다. 모두 빠른 발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키움은 6회 3점을 몰아치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한 승부를 깬 건 또 다시 천성호였다. 9회엔 평균자책점(ERA) 0의 행진을 이어가던 주승우가 올라왔다. 선두타자로 나선 천성호는 2구에 망설임 없이 타격했다.

몸쪽 아래로 잘 파고든 포크볼이었다. 천성호가 2루타로 포문을 열며 KT 타선을 깨웠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가 2루타를 치자 홈을 밟으며 경기를 다시 뒤집는데 성공했다. 주승우는 올시즌 첫 실점과 패배의 멍에를 안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활약에 들뜰 법도 하지만 천성호는 차분하게 말했다. 소박한 목표도 제시했다.

천성호는 “100경기 출장이 목표였는데, 이제 전경기 출장을 목표로 하겠다”며 “안 다치고 꾸준히 나간다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고 겸손함을 표시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타석에서 편하게 임했다. 3회 무사 1,3루에서 3루타를 칠 때가 그랬다. 천성호는 “땅볼을 쳐도 1점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동점을 만들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며 “그렇게 타석에 들어섰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KT는 지난시즌 6월초 10위에서 시작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마법의 여정을 했다. 올시즌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시 기적의 여정이 시작된다면, 그 출발점은 바로 천성호가 될 건 분명해 보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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