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포기하지 않는 정신, 우리가 이어받자 유상철 형과 함께.’

특별한 한일전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행 길목에서 만난 울산HD와 요코하마 마리노스가 나란히 소속팀 레전드인 유상철 전 감독을 추모하며 마음을 모았다.

울산과 요코하마는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서 맞대결 중이다. 2차전은 24일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열린다.

동아시아 결승전 성격의 4강에서 이긴 팀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이 겨루는 서아시아 4강전 승자와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두고 만난다.

울산과 요코하마 모두 ACL 단골이나 맞대결은 처음이다. 승부를 떠나 특별한 행사를 양 구단이 마음을 모아 열었다. 함께 공유하는 뜨거운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 투병 끝에 2021년 6월7일 세상을 떠난 유 전 감독이다. 그는 현역 시절 울산에서 아홉시즌을 뛰며 K리그 통산 144경기 38골9도움을 기록했다. 울산과 K리그(1996, 2005) 리그컵(1995 1998) 우승을 경험했다. 또 요코하마에서도 뛰었다. 1999~2000년, 2003~2004년 활약하며 두 차례 J리그 우승(2003 2004)을 이끌었다.

울산은 AFC, 요코하마의 동의, 협조를 얻어 ACL 4강 1차전에 ‘고(故) 유상철 감독 메모리얼 이벤트’를 열었다. 경기장에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공간인 ‘헌신과 기억의 벽’을 뒀다. 요코하마 팬은 유 전 감독이 병마와 싸울 때 홈경기장에 그의 쾌유를 바라는 현수막을 내건 적이 있다. 이번에 다수 팬이 방한해 그의 납골묘가 있는 충북 충주시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 팀 선수와 팬은 킥오프 전 유 전 감독 추모 영상을 함께 봤다. 이때 요코하마 서포터즈는 한글이 새겨진 유 전 감독 응원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상철 형”이라는 친근한 표현을 쓰면서 현역 시절 그가 보인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이어받자는 메시지였다. 국내 팬이 기억하는 유 전 감독의 선수 시절과 같다.

킥오프 이후 전반 6분(유상철 현역 시절 등번호 의미)엔 60초간 박수 응원이 펼쳤다. 양 구단 프런트와 팬이 고인을 기리며 하나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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