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SNS는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통의 도구면서 타인의 삶을 염탐하는 양가적인 특징이 있다.

SNS를 하다 보면 거짓일 수 있는 타인의 삶을 그대로 믿어버리기도 하고, 누군가 확인할 것을 예측해 스스로 포장하기도 한다. 오는 5월 개봉하는 김세휘 감독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마치 SNS의 특징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남의 삶을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몰래 흠모하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집을 찾았다가 시체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음이 취미지만 살인과는 거리가 멀었던 구정태가 점점 용의자로 몰리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김세휘 감독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SNS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했다. 관종(지나치게 관심을 탐하는 관심종자의 줄임말)이나 관음은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경쾌한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죽었다’에는 배우 변요한과 신혜선, 이엘이 출연한다. 변요한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남의 집을 훔쳐보는 심리가 강하며 급기야 물건도 훔치는 구정태를 연기한다. 신혜선은 타인의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인 인플루언서 한소라를 맡았다. 이엘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성향의 강력반 형사 오영주로 분한다.

세 캐릭터 모두 겉과 속이 다르다. 세 배우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캐릭터를 볼 것이라 자부했다.

변요한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음 작품을 심사숙고 하며 고민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그 해 본 시나리오 중에 가장 흥미롭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제가 하고 싶었던 한국말을 다 한 것 같다”고 자부했다.

신혜선은 “영화가 독특하다.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인물의 감정 상태를 계속 얘기해주는 데 묘한 반감이 들었다. 유머러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엘은 “비정상적인 친구들을 관찰하고 추적하는 인물이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집요함이 있다. 모두를 의심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강하다. 형사 느낌을 주기 위해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안 썼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김세휘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녀가 죽었다’를 두고 ‘독특한 영화’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캐릭터와 영화 스타일, 경쾌함을 준 장르적 재미 등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변요한은 그 어느 때 보다 들뜬 모습으로 신작 개봉을 기대하고 있었다.

변요한은 “‘한산: 용의 출현’보다 더 자신있다. 김한민 감독님도 이해할 거다. 아마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를 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혜선은 “데뷔 감독이 현장을 즐기고 있었다. 긴장될 법도 한데 현장을 누리고 있는 면에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김세휘 감독은 “비호감 캐릭터의 행동을 옹호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이 이상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라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했고, 이입도 시켜야 했다. 내레이션으로 이들의 입장을 최대한 변명해주려고 했다.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게 하려 노력했다”며 “캐릭터가 통통 튀다, 후반부에는 진중해진다. 세 배우의 경이로운 연기 덕분에 작품이 원하는 만큼 나왔다”고 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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