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흔들릴 수 있어도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봐온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의심하지 않았다. 경기마다 혹은 이닝마다 기복을 보였지만 다시 도약하는 과정으로 봤다. 그리고 지난 16일 창원 NC전에서 유의미한 선발 등판을 이뤘다. 한화 영건 문동주(21) 얘기다.

지난 세 번의 등판과 다른 네 번째 등판이었다. 속구 구속이 그랬다. 평균 구속 시속 140㎞대 후반에 머물렀는데 이날은 150㎞ 초반으로 자신의 구속을 되찾았다. 한화 구단이 전달한 16일 경기 투구 분석표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158㎞이었다. 문동주 특유의 시원한 강속구가 경쾌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시범경기부터 시즌 첫 3경기까지 구속이 들쭉날쭉해 고민이 적지 않았다. 이날 비로소 이를 시원하게 해소했다. 올시즌 가장 긴 5.1이닝을 소화했고 자책점도 가장 적은 1점이었다. 동료 야수와 충돌했고 수비 에러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구종 분포도다. 지금까지 문동주는 속구·커브·슬라이더 세 구종을 주로 던지는 스리피치였다.

그런데 이날은 슬라이더를 지웠다. 슬라이더를 대신해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연마하고 변화를 준 체인지업을 꺼내 들었다. 투구수 95개 중 체인지업이 14개. 비율은 가장 낮았지만 두 개의 삼진을 체인지업으로 만들었다. 3회 김주원, 5회 손아섭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투수마다 구종에 따른 자신만의 존이 있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가 조화를 이루는 문동주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활용할 때 좋은 결과를 낸다. 그런데 체인지업을 통해 스트라이크존 하단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낮은 속구와 체인지업이 조화를 이루며 타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하루아침에 이룬 결과는 아니다. 유독 어려움을 많이 겪은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좌타자 비율이 높은 KBO리그에서 포기할 수 없는 구종인데 터득하는 과정이 꽤나 험난했다. 140㎞ 초반대에서 형성되는 고속 체인지업이 실투처럼 작용할 때도 있었다. 마음대로 공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속구를 노리고 들어온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걸렸다. 그래서 아예 봉인해버린 적도 있다.

포기는 없었다. 끊임없이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훈련했다. 체인지업으로 빅리그도 평정했던 선배 류현진의 한마디도 귀담아들었다. 단순히 체인지업 하나만 물어본 게 아닌 전체적인 투구의 방향성도 정립하고 있다. NC 타자들이 커브에 대비하자 속구 위주의 볼배합을 했고 속구에 대응하자 체인지업을 섞었다.

류현진이 그랬다. 프로 입단 초기에는 구위에 의존해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다 경험이 쌓이며 운용의 묘를 터득했다. 타자 의도를 간파해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문동주도 조금씩 이를 터득하고 있다. 공을 던지는 즐거움은 더 커진다. 강하면서 영리한 2024시즌의 문동주가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