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초반은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 감을 잡자 무섭게 터진다. KIA ‘제2의 이종범’ 김도영(21)의 방망이가 뜨겁다. 딱 하나 바꿨는데 미친 듯이 터진다.

김도영은 “작년까지는 포수와 싸웠다. ‘포수가 어떤 사인을 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는 투수와 싸운다는 느낌이 든다. 내 존이 생겼다. 나쁜 공에는 손이 안 나가게 됐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구 속도도 빨라졌다. 결국 내 존이 생긴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던질 구종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만 보고 단순하게 가고 있다. 쉽게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3월과 4월이 완전히 다르다. 3월에는 6경기에서 타율 0.154에 그쳤다. OPS가 0.377이다. ‘초라하다’는 말이 나오는 기록이다. 지난해 11월 손가락 부상으로 수술받으면서 2024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천재는 어디 가지 않는다. 시즌 초반이 김도영에게는 사실상 시범경기에 가까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을 잡았다. 4월 첫 경기에서 3안타를 치며 ‘시작’을 알렸다. 16일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339, 5홈런 11타점 7도루, OPS 1.028을 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시작이 늦었다. 훈련량이나 준비 과정 등을 봤을 때 늦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컨디션을 찾을 것으로 봤다. 이제 올라왔다. 아직 완전히 물이 오른 것은 아닌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 했다. 지난 2년은 부상으로 꽤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다르다. KIA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잘하고 싶어서 생각을 바꿨다. ‘내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수가 어떤 사인을 내든,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든, 자신의 존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능동적’으로 변한 셈이다.

김도영은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것만 열심히 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과정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사이클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대신 내 존이 생기면서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하게 하려고 한다. ‘잘해야 한다’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목표가 타율 3할이다. 멀었다. 꾸준히 해야 한다. 더 신경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은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김도영도 그런 것을 찾은 듯하다. 작은 생각 하나가 큰 결과를 만든다. ‘천재의 질주’가 진짜 시작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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