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최강 베스트9이다. 포수부터 내야진과 외야진 모두 공수를 겸비했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교타자와 거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대타와 대수비가 필요 없는, 이상적인 주전 라인업으로 지난해 29년 한풀이를 이룬 LG다.

하지만 늘 같을 수는 없다. 6개월 동안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단기전이면 몰라도 마라톤을 동일한 페이스로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와 같은 변수를 피할 수 없다.

사령탑 초안도 그랬다. 지난해 염경엽 감독의 첫 번째 계획은 야수진 로테이션이었다. 이재원을 대타 요원으로 한정짓지 않고 1루와 코너 외야에도 두루 배치해 주전 체력 안배를 꾀했다. 이재원의 부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처음부터 ‘주전 몰방’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막바지 “야수 육성은 실패”라고 규정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시즌 다시 설계도를 그렸다. 베스트9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꾸준히 변화를 주기로 했다. 시작은 내야수 구본혁이다.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단순한 대수비 요원이 아님을 증명한 구본혁이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구본혁은 지난 16일 잠실 롯데전까지 6경기 선발 출장했다. 내야 전포지션에서 수준급 수비를 펼친다. 타석에서도 타율 0.444 OPS(출루율+장타율) 1.093으로 펄펄 난다. 신민재가 작은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고, 오지환이 이례적으로 공수주에서 고전해도 구본혁이 해결사가 된다.

지난 12일 1군에 합류한 김범석은 단계적으로 비중을 늘린다. 첫 번째 목표는 한 달 후 포수로 선발 출장.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박경완 배터리 코치와 특훈에 임한다. 즉 한 달 동안은 대타 혹은 경기 후반 포수나 1루수 정도만 소화한다.

제대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김범석이다. 프로 입단 시점에서는 어깨 재활에 임했다. 올해 캠프에서는 옆구리 부상으로 제대로 포수 훈련을 하지 못했다. 성장과 활약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김범석 프로젝트에 LG 현재와 미래가 두루 달렸다.

일단 시작은 좋다. 김범석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 이어 16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LG 대타 타율은 0.217. 대타 타석수도 119회로 리그 최하위였는데 올해는 구본혁과 김범석, 듬직한 대타 카드 두 장이 생겼다. 팀도 지난해보다 높은 대타 타율 0.286을 기록하고 있다.

외야진 운영 변화도 감지된다. 눈에 띄게 감량한 김현수가 좌익수로 출전하는 비중이 늘 전망이다. 외야가 드넓은 잠실 홈경기가 아닐 때는 김현수가 수비에 임해 외야진 체력 안배를 꾀한다. 지난해부터 타격이 향상된 안익훈도 1군에 합류했다.

국가대표급 외야진을 자랑하는 LG지만 외야수 중 누군가 슬럼프에 빠져도 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보인다. 16일 경기 문성주 타석에서 대타 김범석 카드를 펼쳐 2타점 2루타를 기록한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순항하는 팀은 매일 새로운 영웅이 나온다. 반등을 노리는 LG의 승리 공식도 이와 맞닿아 있다. 베스트9 외에도 경기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는 슈퍼 백업이 승기를 잡는 한 방을 쏘아 올린다. 백업의 강렬한 한 방은 고스란히 성장으로 이어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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