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란 팀명의 의미처럼 기분 좋은 에너지를 지닌 이들은 앞으로도 80주년까지 자신들의 음악색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바람을 밝혔다.

페퍼톤스는 17일,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로 돌아온다. 2022년 9월 선보인 정규 7집 ‘싸우전드 이어스’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의 신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만난 페퍼톤스 멤버들은 연신 “쑥스럽고 겸연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하다 보니 20년이 됐어요. 이게 자랑할 일인가 싶기도 해요.”(신재평)

“시간이 만들어준 맛집 같아요.”(이장원)

20주년 앨범이지만 무게감은 내려놨다. 이장원은 “‘음악적 관록과 전에 없던 사운드를 들려주겠어’라는 마음보다는 20년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노래로 모아서 들려주는 느낌이다”라며 “중압감보다 설렘이 크다”고 했다.

앨범은 2장의 CD로 구성됐다. 신곡과 함께 리메이크곡들이 수록됐다. CD 1 ‘서프라이즈!!’에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페퍼톤스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10개 트랙이 담겼다. 잔나비, 루시, 이진아, 나상현씨밴드, 유다빈밴드, 스텔라장, 권순관 등이 참여했다. 소속사인 안테나가 주도적으로 제작해 만든 앨범이다.

신재평은 “10팀이나 모아서 리메이크곡을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회사에서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많은 팀들이 프로젝트에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해주셨다더라. 청자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깜짝 선물같은 음반”이라고 말했다.

이장원은 “회사 대표님인 유희열 선배님과 정재형 선배님 정말 기뻐해 주셨다. 우리가 20년까지 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CD 2 ‘리와인드’에는 타이틀곡 ‘라이더스’를 비롯해 ‘리와인드’, ‘코치’, ‘불쑥’, ‘다이브!’ 등 신곡 9곡과 지난해 3월 발매한 ‘프레시맨’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다. 이전에 작업했던 미발매곡으로 채웠다는 이장원은 “10곡을 고르기 위해서 예전 하드를 엄청 뒤졌다. 옛날 사진을 펼쳐보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라이더스’는 페퍼톤스 특유의 유쾌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담긴 곡이다. 이장원은 “‘라이더스’는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부분도 있다. 신나기도 하고 떼창을 유도하는 부분도 있어서 공연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라고 말했다.

페퍼톤스는 앨범 발매 후 오는 6월 22~23일 양일간 데뷔 20주년 기념 단독 공연 ‘파티 플렌티(Party Plenty)’도 개최한다.

신재평은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한 번으로 공연을 끝낼 생각이 없다. 6월 공연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최대한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더 많은 공연을 예고했다.

페퍼톤스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동기 신재평과 이장원이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콘셉트로 2003년 결성한 2인조 밴드다.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들려주며 인디밴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페퍼톤스가 지켜나가고 싶은 음악색은 무엇일까. 신재평은 “밴드를 만들자고 결심하고 나서 빠르고 신나고 유쾌한 음악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저희 음악을 듣는 분들이 좋은 감정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이런 팀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자존감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20년간 팀워크의 비결이기도 하다.

“둘이 있으면 항상 자신감이 넘쳐요.세상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두 사람은 항상 우주최강 밴드였죠. 그게 우리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어요. 혼자 했으면 현실 자각을 훨씬 빨리했을 거예요. 둘이 있어서 ‘우린 완벽해’하며 제멋에 겨울 수 있었어요.”

페퍼톤스는 각종 음악 페스티벌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아내인 뮤지컬 배우 배다해와 SBS ‘동상이몽’ 등에 출연한 이장원은 “신재평이라는 좋은 동료이자 친구,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걸 다해도 굉장히 부러워한다”라며 “20년을 맞았다고 존경해줘서 요즘 우쭐하다”며 장난스럽게 웃음 지어 보였다.

페퍼톤스가 꿈꾸는 미래는 두 사람의 음악처럼 희망적이고 유쾌하다. 이장원은 “80주년까지 계속 쭉 같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고, 신재평은 “환갑잔치를 하면서 ‘뉴 히피 제너레이션’을 부르는 게 저희의 버킷리스트다.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란 가사가 있는데 할아버지가 돼서 같이 부르면 어떨까”라며 웃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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