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동탄=강예진 기자] “행복배구.”

V리그 최고의 세터 ‘베테랑’ 한선수(39)는 프로 16년차에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이뤄냈다. 2007~2008시즌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7~2018시즌 고대하던 팀의 챔피언결정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전무후무’한 4연속 통합우승 달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했다.

개막 전 대한항공을 제외한 남자부 6개 팀은 대한항공의 독주를 막기 막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위기를 겪었지만 버텨냈다. 한선수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소모가 컸지만 결국에는 원하는 걸 이뤄냈다.

지난주 동탄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한선수는 “(4연속 통합우승은) 분명히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복합적으로 모든 게 그랬던 것 같다”면서 “팀이 어수선했다. 하나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고, 믿음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팀에 있는 게 맞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처음으로 이번시즌이 정말 지쳤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4연속 통합우승을 하기 위해 선수들이 어려움과 힘듦을 다 참고 견뎠다. 최초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무도 해내지 못한 것이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4연속은 절대 깨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하늘이 팀을 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선두 경쟁을 하고 있던 우리카드보다 먼저 정규리그를 끝낸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최종전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우리카드가 승리하면 1위를 확정하는 시나리오였는데, 풀세트 접전 끝 패배로 대한항공이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한선수는 “1위는 안 될 줄 알았다. 사실 나는 (경기를) 안보고싶었는데, (김) 규민이가 계속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숙소 휴게실에 끌려가서 봤다. 규민이가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서 귀가 아팠다”고 웃으며 “눈으로 보고도 안믿기더라. ‘에이 설마’ 했다”라고 했다.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여유롭게 준비했다. 외국인선수 무라드를 막심으로 교체하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한선수는 “이건 절대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우리에게 한 번 더 우승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선수들과 얘기했다. 눈치보지 말고 한 팀, 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상대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3연승을 질주한 OK금융그룹. 한선수는 “OK금융그룹의 기세가 너무 좋았다. 분위기가 올라온 팀이기에 분명히 1차전 1세트가 가장 힘들 거라고 봤다. 우리 분위기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했다. 1세트를 빼앗겼지만, 당황하지말고 버티자고 했다. 다행히 2세트부터는 분위기를 우리쪽으로 챙겼다. 주효했던 부분”이라고 돌아봤다.

16번째 시즌을 마친 한선수는 프로 네 번째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그는 “이제는 그냥 행복한 배구를 하고 싶다. 나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팀에서, 1년씩 하루하루 행복하게 배구하는 날을 바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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