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와 J리그 전통의 명문 요코하마 마리노스가 동아시아 최강자 지위를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울산과 요코하마는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서 격돌한다. 2차전은 24일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열린다.

동아시아 결승전 성격의 4강에서 이긴 팀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이 겨루는 서아시아 4강전 승자와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두고 만난다.

◇K리그1 2연패 울산, 亞넘어 세계로

울산은 요코하마와 1차전에서 이기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품는다. 32개팀 체제로 확장한 클럽월드컵에서 AFC에 배정된 티켓은 4장. 2021년과 2022년 ACL을 제패한 알 힐랄과 우라와 레즈(일본)가 2장을 미리 챙겼다. 남은 2장은 이번시즌 ACL 우승팀, 4년간 ACL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연맹 랭킹’ 최상위 팀이다. 이미 티켓을 품은 알 힐랄이 랭킹 1위(115점)에 올라 2위 팀에 돌아갈 예정이다. 울산은 현재 78점으로 전북 현대(80점)와 2점 차다. 요코하마를 이겨야 랭킹 점수 3점을 보태 전북을 제친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ACL 제패를 노리는 울산으로서는 동기부여가 더욱더 강하다.

◇구면인 줄 알았는데 초면이네

울산과 요코하마는 ACL 단골이다. 그런데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면처럼 느껴지는 데엔 다채로운 인연이 존재한다. 울산의 윤일록은 2018시즌 FC서울에서 요코하마에 입단해 한 시즌 뛴 적이 있다. 홍명보 감독의 ‘영혼의 동반자’인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1997~2007년 요코하마 구단 피지컬 코치를 지낸 적이 있다.

요코하마에도 울산맨의 흔적이 짙다. 미드필더 남태희는 울산 유스인 현대중, 현대고 출신이다. 또 아마노 준은 2022년 울산으로 임대 이적해 17년 만에 팀이 우승하는 데 핵심 노릇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라이벌 팀 전북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홍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기억해 YOO” 경쟁 속 레전드 유상철 기린다

양팀이 공유하는 뜨거운 추억은 췌장암 투병 끝에 2021년 6월7일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감독이다. 유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에서 아홉시즌을 뛰며 K리그 통산 144경기 38골9도움을 기록했다. 울산과 K리그(1996, 2005) 리그컵(1995 1998)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요코하마에서도 뛰었다. 1999~2000년, 2003~2004년 활약하며 두 차례 J리그 우승(2003 2004)을 이끌었다.

울산은 AFC, 요코하마의 동의, 협조를 얻어 ACL 4강 1차전에 ‘고(故) 유상철 감독 메모리얼 이벤트’를 연다. 경기장에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공간인 ‘헌신과 기억의 벽’을 둔다. 요코하마 팬은 유 전 감독이 병마와 싸울 때 홈경기장에 그의 쾌유를 바라는 현수막을 내건 적이 있다. 이번에 다수 팬이 방한해 그의 납골묘가 있는 충북 충주시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킥오프 이후 전반 6분(유상철 현역 시절 등번호 의미)에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박수 응원이 펼쳐진다. 양 구단 프런트와 팬이 고인을 기리며 하나가 되는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홍 감독은 “양팀의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이라면서도 “유상철은 울산과 요코하마에서 활약했다. (추모하는 건)아름다운 장면이다. 양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고마워했다. 울산 관계자는 “양 구단 프런트가 협업으로 첫 대결 인연을 잘 이어가고 지속해서 교류하려는 취지도 있다. 또 ACL 의미와 본질을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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