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올시즌 K리그1에서는 오랜만에 돌아온 베테랑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돋보인다.

2024시즌을 앞두고 K리그1에 복귀한 두 명의 베테랑 지도자가 있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56) 감독과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64) 감독이다.

박 감독은 K리그 사령탑 경험이 없다. 프로 팀을 이끈 것도 지난 2018년 중국 옌볜이 마지막이다. 무려 6년간 공백이 있어 일각에서 우려를 샀다. 심지어 포항은 제카, 그랜트 등 핵심 선수들이 겨울에 팀을 떠났다. 설상가상 팀을 상징하던 김기동 감독마저 FC서울로 적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포항의 파이널A 진입조차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예상을 깨고 포항은 초반 7경기에서 5승1무1패를 기록하며 승점 16을 확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잘 잡힌 공수 밸런스, 세련된 패스 축구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 감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일하며 K리그 팀과 지도자 성향을 꼼꼼하게 파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포항에 도입,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K리그1 무대에서 박 감독의 지도력은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에 빗댄 ‘아르태하’라는 별명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하다. 초반 모습만 보면 포항은 우승 후보가 될 만하다.

‘학범슨’ 김 감독도 지난 2017년 광주FC 이후 무려 7년 만의 K리그 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맡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끌었고, 도쿄올림픽 8강에도 진출했다.

대표팀에서 의미 있는 경력을 쌓았으나 김 감독은 K리그와 무려 6년이나 떨어졌다. 최근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초반 제주는 지난해 후반기 침체했던 페이스를 완벽하게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3승1무3패 승점 10으로 파이널A에 해당하는 4위에 올라 있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고, 전술의 완성도는 미흡하지만 김 감독이 추구하는 ‘많이 뛰는 축구’는 확실히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선제골을 넣으면 무조건 이기는, 버티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경기 후반만 되면 체력이 떨어져 이길 경기에서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지는 패턴을 반복했지만, 올시즌엔 확실히 달라졌다.

김 감독은 K리그 최고령 지도자다. 유일한 60대 감독으로 일하는 그는 “나이는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실력으로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