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우리 구단 입장은 그래도 ABS 찬성이다.”

심판진의 어처구니없는 행위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대의에 무게를 뒀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통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다며 제도 폐지가 아닌 제도 보완을 바랐다. 지난 14일 경기 아픔을 뒤로 하고 ABS 신뢰 회복을 강조한 NC다.

명백한 피해자다. 선발 이재학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이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판정됐다. 볼카운트 0-2가 1-1이 됐다. 결과가 볼넷임을 돌아보면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 공을 던진 시점에서 항의했으나 심판진은 이미 판정이 지난 시점이라며 항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항의 불가능이다. 더그아웃에 배치된 ABS 태블릿 인식이 신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 2, 3개가 지난 시점에서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는 게 현장 의견이다. 누군가 태블릿 앞에서 모든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확인해도 인식이 늦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도 NC는 ABS가 지닌 본질을 바라봤다. NC 구단 관계자는 지난 15일 “아쉬운 일이 벌어졌으나 우리 구단 입장은 ABS 찬성이다. 공정성에 있어 ABS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하다”며 “처음 하는 제도라 문제점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보완했으면 좋겠다. 전광판에 ABS를 띄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판정을 모두가 공유하면 일요일 경기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C는 창원 NC 파크를 개장한 2019년부터 투수가 던진 공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전달한다. 투수가 던진 공의 구속은 물론 회전수와 구종도 야구장 좌측 상단과 우측에 표기된다. 더그아웃 ABS 태블릿과 달리 신속하게 투구 정보가 표출된다.

즉 전광판 ABS 표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구단이 별도로 사용하는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만 봐도 그렇다. 투구와 타구 정보 외에 볼·스트라이크 판정도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다만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구장마다 전광판 업체가 다르고 전광판 시스템도 다르다. ABS의 핵심인 PTS를 전광판과 연결하려면 시스템을 통일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즌 중에 9구장 전광판을 정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보완해야 한다.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씩 채워야 ABS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14일 대구 심판진이 벌인 촌극을 막을 수 있다.

일단 KBO는 ABS 인이어 음성 수신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기존 인이어 음성 수신기는 구장당 4개였다. 주심과 3루심, 현장 요원, 그리고 예비용까지 4개가 구장에 배치됐다. 이를 2개 늘려 양 팀 더그아웃에도 전달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16일 “일주일 정도 지나면 5구장에 6개씩 배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광판 ABS 표출을 두고는 당장은 힘들어도 추진해야 할 부분임을 인지했다. KBO 관계자는 “전광판 활용은 당장 어렵다. 전광판에 앞서 다른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 피치클락이 있는 자리에 실시간으로 볼과 스트라이크 신호를 표시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러면 야구장에 있는 관중들도 신속하게 ABS 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과정이다. 결과가 현장에 빠르게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 과정도 상세히 확인되어야 한다. KBO 관계자는 “3D로 볼·스트라이크 판정 과정을 구현하는 부분도 논의하고 있다. 시점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ABS를 완성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보완이 이루어지느냐다. 초유의 심판진 작당 모의로 화제가 됐는데 이와 별개로 ABS 보완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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