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김광현과 양현종, 그리고 고영표도 없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들이 투수 주요부문 순위권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의 이름이 있을 것 같은 평균자책점 순위표가 싹 바뀌었다.

특히 개막전부터 모든 이의 관심을 모은 한화 류현진은 비현실적인 숫자를 찍었다. 평균자책점 8.36으로 과거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ML) 시절에도 볼 수 없는 기록이 나왔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26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부분 24위다.

지난 3년 동안 KBO리그 최고 토종 선발로 평가할 수 있는 고영표도 평균자책점이 8.10에 달한다. 양현종도 평균자책점 4.32로 개인 통산 3.82보다 못한 모습. 김광현이 2승 평균자책점 2.63으로 활약했지만 지난 4일 경기 중 허리 통증으로 조기 교체됐다. 엔트리에서 제외되지는 않았으나 규정 이닝 미달로 순위표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외국인 투수 모두가 잘하는 것도 아니다. SSG 로버트 더거는 지난 6일 창원 NC전에서 역대 최다 실점 타이인 14점을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이 12.86으로 치솟았다. KT 웨스 벤자민 역시 평균자책점이 10.29에 달한다. KBO리그 3년차인 벤자민은 지난 2년 동안 평균자책점 3.23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마운드 붕괴다. 믿었던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계산할 수 없는 야구를 반복한다. 아직 전체 일정의 10%도 소화하지 않은 시즌 초반. 그래도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의 가슴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초반 러시를 외쳤는데 계산이 서지 않는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라는 게 현장의 판단. KT 이강철 감독은 “올해는 평소보다 개막일이 일주일 정도 빨랐다. 투수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다”며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팀도 마운드를 다시 짜는 상황이다. 시즌을 치르며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시범 경기부터 타구가 날아가는 게 심상치 않다. 타자도 치고 나서 놀라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자동 볼 스트라이크 시스템(ABS)을 꼽은 감독도 있다. NC 강인권 감독은 “ABS 탓에 점수가 많이 나는 흐름이다. 투수들이 ABS를 의식해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데 이게 실투가 되면서 장타로 연결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ABS가 투수한테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자가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테랑 타자는 “ABS로 변수가 사라졌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판단하는 게 항상 어려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일정하다. 몸쪽과 바깥쪽 한쪽만 노리는 전략이 이전보다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2024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4.84. 최근 3년 평균자책점 4.21보다 0.63이 올라갔다. 더불어 홈런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65경기가 진행된 시점에서 124홈런. 지난해 68경기가 진행된 시점에서 홈런은 78개에 불과했다.

물론 예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정규시즌 총 720경기를 치른다. 아직 655경기가 남았다. 투수의 반격을 바라보는 이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4월에도 시범경기를 치르는 느낌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투수들이 잘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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