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inals Murray Football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 쿼터백 카일러 머레이가 연봉 계약 연장 후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글렌데일(애리조나주)|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NFL(북미미식축구리그) 애리조나 카디널스 카일러 머레이(24)는 한국계다. 할머니가 한국인이다.

신장 178cm, 체중 94kg의 머레이는 대학 시절 야구(외야수)와 미식축구(쿼터백)를 동시에 한 만능 선수다. 미국 대학은 시즌이 구분돼 두 가지 종목 병행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에이스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오클라호마 대학의 머레이는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했다. 텍사스 A&M 대학에서 오클라호마로 전학했다. 1라운드 전체 9번은 시간이 문제일 뿐 MLB를 보장받는 유망주다. 구단은 계약금 466만 달러에 사인했다.

오클랜드는 머레이가 미식축구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드래프트 도박을 한 것이다. 결국 머레이는 야구를 택하지 않고 미식축구의 길을 걸었다. 오클랜드는 1라운드 지명권만 허비했다. 2018년 대학 미식축구 최고의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했다. 애리조나 카디널스는 NFL 드래프트에 나온 머레이를 전체 1번으로 지명했다. 쿼터백에 드래프트 전체 1번은 10년 이상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머레이는 발이 빠르고 어깨가 강하다. 신장 178cm는 NFL 쿼터백에 부적합하다. 쿼터백은 190cm 이상의 상대 수비 라인맨들이 손을 들어 마크를 하기 때문에 장신을 요한다. 오버핸드스로가 필수이기도 하다.

NFL 쿼터백의 신체 조건으로는 부적격인데도 불구하고 애리조나가 전체 1번으로 지명한데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과 어깨를 겸비해서다. 머레이같은 선수를 ‘모빌 쿼터백’이라고 한다. 오펜시브 라인맨들에 둘러싸여 패스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 대형을 뚫고 러싱과 패싱을 상황에 따라 플레이한다. 머레이가 러싱으로 수비진을 돌파할 때 맨투맨 마크로는 막을 수가 없다. 100m 단거리 선수를 방불케한다.

애리조나는 머레이의 입단과 함께 NFC 서부지구 플레이오프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떠올랐다. 2019년 입단 첫 해 5승10패1무에서 2020년 8승8패, 지난해 11승6패로 6년 만에 PO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같은 지구의 슈퍼볼 챔피언이 된 LA 램스에 졌다.

시즌 후 2월부터 머레이는 구단에 줄곧 장기계약을 요구했다. 2022년 연봉 3000만 달러의 루키 계약이 종료된다. NFL은 유망주 루키와 최대 4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구단은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머레이 스타일의 쿼터백은 부상이 잦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했다. 지구 우승을 놓친 원인이 됐다.

구단은 이번 주 캠프 개막에 앞서 지난 22일 머레이와 5년 2억3050만 달러(3019억 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개런티 1억600만 달러(2096억 원)다. 부상으로 결장하고 기량이 떨어져 팀이 방출을 해도 이 액수는 받는다. 사이닝 보너스로 목돈 1억500만 달러(1375억 원)를 받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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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카디널스와 5년 연장계약 후 스티크 카임 제네럴매니저(왼쪽)과 클리프 킹스버리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글렌데일(애리조나주)|AP연합뉴스

연봉으로 4610만 달러(603억 원)다. 그린배이 패커스 애런 로저스의 5000만 달러(655억 원)에 이어 NFL 쿼터백 연봉 2위에 해당되는 고액이다.

머레이가 야구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MLB에 데뷔해도 아직 연봉조정신청 대상자가 안되는 시기다. 머레이의 연봉 4610만 달러는 오클랜드 팀 연봉과 비슷하다. 현재 오클랜드는 4851만 달러(635억 원)로 MLB 29위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4582만 달러(600억 원)로 머레이 개인보다 작다.

미국의 스포츠 재능이 뛰어난 아프리카-아메리칸들이 야구를 택하지 않고 NFL, NBA로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구는 MLB 직행도 되지 않을 뿐러더 고액 연봉을 받으려면 풀타임 6년 후 프리에이전트가 돼야 한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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