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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인 25일. 두산과 KIA의 정규시즌 여덟 번째 맞대결을 앞둔 잠실구장에는 백발의 노신사와 노숙녀가 그라운드에 등장해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두산 팬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클래퍼를 들고 노숙녀가 부르는 애국가에 맞춰 존경과 감사를 전했다.
이날 청아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른 정기숙(87) 여사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다. 춘천여고 1학년 때 전쟁이 발발했고,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최전방 부대와 동행하며 수복지역에서 주민 안정을 돕는 학도병으로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다.
정 여사는 2016년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았고, 모교인 춘천여고에 여학도병 명비가 세워졌다. 정훈부대에서 ‘평화통일 선전 활동’을 하던 꽃다운 소녀는 백발의 노숙녀가 돼 2만 2000여 관중 앞에 섰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잠실구장이 이토록 경건한 적은 없었다. 청아하면서도 구슬프게 울리는 정 여사의 목소리를 모든 관중이 귀기울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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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자로는 해병대 1기인 이봉식(93) 옹이 나섰다. 1949년 해병 1기로 입대해 한국전쟁 당시 분대장으로 참전해 인천상륙작전에 비롯한 해병대 7대 주요작전에서 전세를 역전하는 데 공을 세운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휴전한지 69년이 지난 터라 허리는 다소 굽었지만,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계를 한 이봉식 옹은 젊은이 부럽지 않은 시구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봉식 옹이 시구할 때도 팬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클래퍼를 들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선 유공자들의 희생에 경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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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은 사라지고 경쾌한 음악과 뜨거운 함성으로 물든 잠실구장에 두 영웅의 등장은 세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했다. 선조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주말 오후를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프로야구와 만끽할 수 없었을 터다. 영웅들에게 관중 모두가 한마음으로 존경을 표한 것 또한 같은 이유다.
두산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과 손잡고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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