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2000년대생 최초의 신인왕. KBO리그 Z세대 대표 주자. 디펜딩챔피언 KT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영건. 그리고 ‘강철멘탈’. 소형준(21)을 수식하는 말이다. 프로 3년차에 불과하지만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에 거의 모든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구종부자다. 마운드 위에서 드러나는 여유는 10년차 베테랑 못지않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7주년을 맞아 ‘Z세대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소형준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나 야구와 인생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KT 소형준 창간인터뷰 [포토]
KT 소형준이 생애 처음으로 모자를 거꾸로 쓰면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투심 최고 구속이 153㎞까지 측정됐다. 구속 증가는 소형준의 선수로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기준이다. 손끝 감각도 좋고, 확고한 투구 철학이 있으니 멘탈은 당장 빅리그에 진출해도 손색없다. 그러나 자신은 “구속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ML이라는 꿈보다 태극마크가 우선

아낌없이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이유는 자신있어서다. 던지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이라, 타자로서는 스윙을 참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밀어던지는 커터에 당한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에 가야할 투수다. KBO리그에 있는 건 반칙”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소형준은 “고교 때도 MLB 구애를 받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도전하고 싶다. 해외 진출 자격을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은 꾸준히 내 공을 던지는 것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MLB 진출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게 더 현실적인 꿈이다. 올해 페이스가 워낙 좋아 아시안게임이 연기된 게 아쉽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할 자신 있어서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먼저 열려, 소형준의 ‘국대 꿈’이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

KT 소형준 창간인터뷰 [포토]
담담하게 자신의 목표를 하나 하나 밝히던 소형준은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이유로 “국내 최고 투수들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 그는 “국내 최고 투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라 선배들에게 물어볼 게 많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 생각, 컨디션 관리 방법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는 “특히 김광현(SSG) 양현종(KIA) 선배는 내 나이 때 이미 국내 최고 투수였다. 어릴 때부터 1군 풀타임 투수로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 시기별로 생각의 차이가 생겼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별들의 찬지’에서라도 이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게 소형준의 소박한(?) 꿈이다.

◇소형준의 메시지 “꿈을 꾸세요”

소형준도 야구 인기 회복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 달동안 선수가 아닌 ‘청년 소형준’으로 살 기회가 생기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Z세대에게는 야구보다 더 재미있는 놀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는 “친구 중에도 야구에 관심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직관’을 한 번 해보더니 야구가 뭔지 모르지만,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더라. 친한 사람과 함께 먹고 마시고 응원하는 재미는 또 다른 차원”이라며 웃었다. 직관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구단이 더 노력해야 한다.

KT 소형준 창간인터뷰 [포토]
KT 소형준은 스포츠서울 창간 37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야구 ‘직관’에 빠지면 매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뒤 관중 출입 계단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신문은 ‘유년기 때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읽던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소형준은 “야구팬이 아니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야구기사를 안본다”며 “우리 세대가 즐기는 동영상 플랫폼에 경기장면이 포함된 숏폼이 유행처럼 번져야 한다. 웃긴 장면, 멋있는 장면들이 ‘짤’로 돌아다니면,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이 중 야구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직관한다. 한 번 ‘직관의 맛’에 빠지면, 더 많은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을까. 20대 입장에선 이런 게 아쉽다”고 강조했다.

친구 사이에서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명인인데다 억대 연봉자이니 ‘밥 잘사주는 멋진 친구’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소형준은 “내 나이 때 누려야할 것들을 포기하고 땀으로 얻어낸 성과라 성공했다는 평가는 이르다고 본다. 불혹이 되면 나는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친구들은 그 때부터 안정기에 접어들지 않겠는가. 성패는 나중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되고자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꿈에 한 발 다가간 것이라는 격언을 좋아한다. 꿈꾸는 것자체가 성공을 향한 길이라는 얘기에 크게 공감해, 지친 20대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KT 소형준 창간인터뷰 [포토]
야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조금씩 꿈을 키워온 소형준은 스포츠서울 창간 37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또래 친구들에게도 “꿈을 꾸시라”고 당부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책 대신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N가지 습관’ 등 격언들을 찾아본다는 소형준은 “지난해는 우승 들러리여서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올해는 내가 우승 주역이 되고 싶다. 시즌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이 안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여름엔 더 치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니까 팬 여러분도 많응부”라며 웃었다. 실력도 멘탈도 어엿한 에이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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