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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지기자]“새천년이 다가오고 희도가 어른이 되는 걸음을 내딛는 순간, 만화를 넘어 현실에 발을 들여놓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슬프지만 오키, 인정. ”

배우 김태리의 해맑은 웃음과 넘치는 에너지는 나희도 자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순수함을 가진 나희도는 ‘백지장’같은 아이였다. 김태리는 그런 나희도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연기를 할 때 내가 경험한 것들에서 힌트를 얻는 편인데, 내가 겪은 사랑은 한가지라 데이터가 너무 적다. 그래도 희도를 만나고 나름 답을 찾은 게, ‘얘도 사랑을 모른다’는 거였다. 희도도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점점 쌓아가는 애니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대본만 잘 쌓아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희도

‘스물다섯 스물하나’ 애청자에게 나희도를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자 대사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널 가져야겠어!”를 떠올릴 것이다. 이는 김태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역대급 고백신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면에 대해 김태리는 “(연기하기)정말 어려웠다. 배우는 본능적으로 내 캐릭터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길 바라는데, 그 대사는 정말 바보 같았다”며 “희도는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운 아이고, 사랑은 너무 대단하고 위대한 거라는 상상이 있는데 백이진이 PC통신 친구 ‘인절미’와 만나기로 한 그 장소에 왔으니. 희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을 거다”라고 고백신을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너무 재미있는 장면인데 내가 충분히 살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 대사가 희도를 너무 잘 표현하는 대사라는 생각도 든다. (나희도의)바보 같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했을 때 예쁘고 귀여워 보이는 게 매력 포인트다”라며 희도의 매력과 함께 해당 장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3일 방송된 지나치게 열린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엔딩의 주인공인 김태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4회까지 방송된 시점에서 새드 엔딩에 대한 해명을 부탁하자 김태리는 자신도 작가에게 징징거리기도 했다며 “새드 엔딩을 생각하면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 ‘그냥 사랑하게 해줘요’라며 소리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작가님이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야기를 만드는 첫 발자국이 그 방향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말은 없는 것 같다. 그게 이 작품의 의도이고,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라면서 결말을 받아들였다.

이어 만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대해 “희도의 청소년기가 만화적이었다면, 새천년이 되고 세상이 변하는 걸 보고 희도가 ‘나도 변하고 싶다’면서 첫키스를 한다. 그게 희도가 만화적인 세상에서 현실에 발을 디디는 거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가는 그 선을 넘는 거다. 그것은 이미 어른이 된, 우리가 모두 넘은 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빛은 시간이 지나면 바랠 수밖에 없는데 그 빛을 쥐어봤다는 게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걸 작가님이 공감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슬프지만 오키, 인정.”

시청자들은 “14회까지가 내 인생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핵심은 ‘스물 다섯 스물 하나 = 첫사랑’인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13회를 기점으로 나희도가 만화적인 청소년의 세상에서 현실적인 어른의 세상으로 발을 디디며 시작된 전개는 어쩌면 이 모든 반응이 예견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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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의 20대를 떠올리면 유독 내성적이었지만 경희대 사자상에 올라가 있는 사진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의 청춘은 어땠냐는 질문에 “대학생 때는 나사 풀고 놀았던 것 같다. 1학년 때는 다같이 놀러다니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았다”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김태리가 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때 들어간 연극 동아리가 시작이었다. 그는 “학교는 뒷전이고 연극 동아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3학년 말 즈음 같이 어울리던 명석한 친구가 내 성적표를 보더니 ‘이 상태로는 졸업 못한다’며 시간표를 짜는 걸 도와줬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졸업 못할 뻔 했다”며 학교 생활보다 연기에 더 집중했던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연기를 사랑하기 시작하며 자신을 믿고 연기에 올인한 청춘을 보낸 김태리는 청춘을 ‘존버’(끝까지 견디고 버틴다)라고 표현하며 “버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고 쓰다듬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라며 눈물을 머금었다. 이어 “나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을 하면서 견딜 수 없는 것들은 내려놓으면서 그냥 버텨냈다. 너무 힘들어서 버텨내는 것만 하고 있다면 그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나는 안다. 버티는 게 위대하다”며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mj98_24@sportsseoul.com

사진 | 매니지먼트mmm,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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