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샷 2021-06-02 오전 9.13.59
지난 1일 애리조나전까지 평균자책점 0.71, 타율 0.450을 기록 중인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 | MLB 공식 SNS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메리칸리그에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있다면 내셔널리그에는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이 있다. 100마일 강속구를 던지는 두 오른손 파이어볼러가 타석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상식을 깨부순다. 이대로라면 마운드와 타석에서 두루 빛나는 선수 둘이 나란히 MVP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놀라움을 선물하는 디그롬이다. 100마일(약 161㎞)이 넘는 강속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며 타석에서도 적시타를 터뜨려 팀 승리를 이끈다. 지난 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이 그랬다. 이날 디그롬은 100마일 이상 패스트볼만 27개를 구사했다. 메이저리그(ML)가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도입한 2015년 이례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100마일 이상 던진 투수가 됐다. 최고구속은 101.7마일(163.6㎞)이었다. 6이닝 2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4승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을 0.71까지 끌어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디그롬은 4할 타자 면모도 과시했다. 4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메릴 켈리의 2구 패스트볼 공략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타율은 0.450이 됐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189에 불과했던 그가 올해는 교타자로서 타석에서도 팀에 힘을 불어넣는다. 대학교 2학년까지 유격수였던 디그롬은 투수로 전향하며 ML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타격에는 큰 장점이 없었는데 꾸준히 안타를 날린다. 20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출루율 0.450, 장타율 0.500으로 OPS(출루율+장타율) 0.950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 중 투수와 타자로 두루 활약한 대표적인 선수는 휴스턴 베테랑 잭 그레인키(37)다. 그레인키는 2019년 56차례 타석에 들어서 타율 0.280 3홈런 8타점 OPS 0.888로 뜨겁게 배트를 휘둘렀다. 마운드에서도 33경기 208.2이닝 18승 5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에이스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당해 최고 투수로 꼽히지는 못했다.

세 번째 사이영상을 노리는 디그롬이 목표를 이루면서 고타율까지 올리면 2014년 클레이튼 커쇼 이후 7년 만에 투수 MVP가 될 수 있다. 커쇼는 당해 27경기 198.1이닝 21승 3패 평균자책점 1.77로 사이영상과 MVP를 두루 거머쥐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디그롬이 7년 전 커쇼급 활약을 펼칠 경우 커쇼처럼 사이영상과 MVP를 모두 수상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물론 타격 성적 또한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그롬이 투수로서 MVP를 바라본다면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소화하며 빅리그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지난 1일 오타니는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서 홈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흔치 않은 모습을 연출해냈다. 9회초 2사후 오타니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순간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오타니를 향해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레전드 선수가 받는 대우를 빅리그 입단 4년 만에 이룩한 오타니다.

BASEBALL-MLB-OAK-LAA/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오클랜드 | USATODAY연합뉴스

그만큼 투타 모두에서 강렬하다. 타자로서 50경기 206타석 타율 0.263 15홈런 7도루 40타점 35득점 OPS 0.927, 선발투수로서는 7경기 36.1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2.72를 올리고 있다. 홈런왕 경쟁을 하면서 선발투수로도 나서며 사실상 1인 2역을 한다. 현지 언론은 오타니가 지금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아메리칸리그 MVP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야말로 만화같은 일이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세계 최고 리그에서 실현됐다. 올시즌 MVP 레이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