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보러 온 신동빈 회장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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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런 시즌이 있었나 싶다. 구단주들이 ‘직관’을 하고, 장외 도발도 서슴없이 한다. 신생팀 SSG 랜더스 정용진 구단주가 던진 작은 돌이 일으킨 파문이 KBO리그 전체로 확산하는 인상이다.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지난 27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룹측은 2015년 9월 이후 5년 7개월 여 만에 자이언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 회장이 직접 구장을 찾은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업계에서는 신생팀 구단주의 도발에 가장 오래된 구단 수장이 화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막냇동생뻘 신임 구단주의 열정에 잠시 내려두었던 신 회장의 야구열정이 되살아났기를 기대한다.

구단주가 구장을 방문하면 구단 프런트에는 비상이 걸린다. 의전을 목숨처럼 여기는 한국사회의 조직문화 특성을 고려하면 사장, 단장 등이 총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SG도 개막전에 그랬지만 LG나 KT, 한화 등도 그룹 회장이자 구단주가 출동하면 대통령이 구장을 찾을 때만큼 삼엄(?)한 경비를 한다. 과하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구단주의 관심을 받아보는 게 연례행사인 것은 아닌가 싶어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거나, 그룹 이익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에 늘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몇몇 그룹은 계열사 사장이 퇴진하기 전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가 야구단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돈다. 그룹 내에서 야구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체감할 수 있는 얘기라 씁쓸하다.

[포토] 정용진 SSG 구단주, 개막전 직관!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롯데와의 경기를 관전하고있다. 2021.04.0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어쨌든 신 회장의 잠실방문은 지난 4일 개막전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관람한 정 부회장과 오버랩 돼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구단을 통한 롯데와 SSG의 유통대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 부회장은 28일 밤 음성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해 “(신)동빈이 형은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며 “야구를 좋아하면 지금까지 야구장에 그렇게 오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중에)나가지도 않는다”고 또 한 번 도발했다. 신 회장이 7회쯤 구장을 떠난 것을 꼬집은 셈인데, 정 부회장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정 부회장이 신 회장을 계속 자극하는 것은 화제성 지수를 높여 KBO리그를 붐업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KBO리그 입장에서는 손해날 게 없다. 구단주가 직접 챙기는 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성장한다. KBO리그 산업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KBO도 구단주의 관심을 끌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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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진형 사무1차장, KBO 류대환 사무총장, 한국쉘석유주식회사 강진원 대표이사, KBO 정지택 총재, 한국쉘석유주식회사 김준 상무, KBO 정금조 사무2차장(왼쪽부터). 제공 | KBO

그룹 수장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야구단의 브랜드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나 삼성물산의 래미안 등은 굳이 현대, 삼성 등 그룹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가치를 갖고 있다. 야구단의 브랜드화는 사업 확장성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구장 임대료 인하 등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할 때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니 돈 많이 벌지 않느냐’는 눈총을 받는다. 실제로 야구단이 매년 수 백억원 대 적자를 기록한다는 사실이 대기업 이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구단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야 각종 법령 개정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회공헌사업이 아닌 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KBO리그 산업화의 본질이다. 구단주들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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