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청백전 후 선수들 불러 모은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 둘째)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의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0. 3. 31.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코로나19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고 있다. 경제 구조와 삶의 방식 등 사회 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다. 두려운 변화지만,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가 아니라 여기에 맞서는 용기와 희망을 잃는 것이다. 역사에서 승자는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온 자의 몫이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큰 위기를 헤쳐나가며 거대한 변화의 파도위에 올라타 있다. 그 결과는 아직 모른다. 글로벌 경제충격의 제2파가 몰려오고 있다. 우리는 무사히 해변에 닿을 수도, 암초에 부딪혀 깨질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과거 선진국이라 여겼던 서방을 비롯해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방역선진국이 된 우리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그 책임은 무겁다. 정부는 “거대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능동적 자세를 갖겠다. 과거의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고와 담대한 의지로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은 위대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19의 첫 번째 허들을 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방역이 생활화되며, 원격강의와 온라인 미팅의 보편화가 예상된다. 전통적인 교육과 근무 환경의 틀이 점차적으로 깨질 것이다.

우리의 경우, 그동안 서구에 가졌던 열등감도 사라지고 있다. 서구 열강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이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확인했다. 단단했던 세계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우리의 위상과 삶이 달라질 기회와 조우했다.

[포토] SK 염경엽 감독, 청백전 체크!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2020.03.26. 문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 상황을 야구에 대입해도 수식과 해답은 같다.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내지 않은 KBO리그는 다음 행보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두려움은 있지만 기대감도 높다. 전세계 프로스포츠가 숨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야구가 포스트 코로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향후 KBO의 행보에 따라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게 틀림없다.

KBO리그는 대만프로야구에 이어 정규시즌 개막을 준비중이다. 현재 각 구단은 청백전으로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다. 오는 21일 팀간 평가전이 시작한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5월 초에 정규시즌이 개막한다. 그동안 야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KBO리그를 빅리그가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SPN이 KBO리그 중계를 타진중이다.

아직 미정이지만 KBO리그가 ESPN의 전파를 타게 된다면, 단순한 야구 콘텐츠 수출에 그치지 않는다. KBO리그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식은 세계 프로 스포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야구 영상이 유튜브와 같은 무제한 플랫폼에 실리면, 이는 KBO리그의 쇼케이스에 그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야구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판로가 넓어진다. 미국과 아시아로 시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KBO리그를 들여다 보면, 10개 구단이 보여줄 퍼포먼스 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콘텐츠가 꽤 많다. 한국은 올림픽 우승국이며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해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가 여럿 있다. 더불어 KBO리그의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 문화도 빠트릴 수 없다.

[포토] 두산, 청백전 중계
두산 야구단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을 자체 중계하고 있다. 2020. 3. 23.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KBO리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순항하기 위해선 더 많은 혁신이 요구된다. 과거의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고와 의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 3시간 전에 라인업을 공개해 붐업을 조성해야 하며, 다양한 스토리 발굴을 위한 라커룸 개방도 이뤄져야 한다. 선수들은 프로의식을 가지고 팬들의 사인 요청에 마땅히 고마워해야 한다. 클리닝 타임이면 감독은 팬들을 위해 마이크도 기꺼이 잡아야 한다. 리그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모든 빗장을 열어야 한다.

한동안 폐지된 패장 인터뷰도 부활해야 한다. 경기중 실수가 있었다면 인정하고 패인을 설명해야 한다. 상대가 잘했으면 칭찬하면 된다. 또한 각 선수단은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호흡하며, 지속적인 울림을 주어야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단순히 야구만 잘 한다고 팬들이 반기지 않는다. KBO리그가 먼저 개막한다는 이유만으로, ESPN이 우리야구를 전세계 안방에 전달하지도 않을 것이다. 야구 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는 주변에 넘쳐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트라우마로 야구장의 관중수는 급감할 것이다. 야구 인기를 보장하기 힘들다.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KBO리그는 생존을 위해 팬들에게 밀착해야 한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야구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바다를 건너가고 있다. “한국은 야구를 어떻게 하지?”라는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공은 KBO의 손에 쥐어져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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