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선수협 이대호 회장 \'KBO이사회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총회 후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제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응답할 차례다. 정확히 말하면 각 구단을 지휘하고 있는 사장모임(KBO 이사회)과 단장모임(KBO 실행위원회)에서 현실적인 안을 뚜렷하게 펼쳐보여야 한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FA 제도를 비롯한 KBO리그 개선과 발전이 또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전향적인 자세로 KBO 이사회의 안건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제도 개선에 대한 선수협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선수협의 입장은 이사회의 FA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들 모두 샐러리캡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 갑자기 이사회에서 샐러리캡이 나왔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기준선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샐러리캡 기준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사회에서 기준선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구단과 샐러리캡 기준선을 놓고 논의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샐러리캡 기준선 논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면서 이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부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선수협은 자체 변화를 통한 발전을 약속했다. 비야구인 출신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김태현 씨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해 야구팬들과의 거리를 좁혀갈 것을 다짐했다. 덧붙여 고문 변호사도 새로 선임해 마케팅과 법률 부분을 이원화했다. 이 회장은 “3년 동안 수고해주신 김선웅 사무총장님께서 마케팅과 법률을 모두 담당하셨다. 홀로 두 가지를 담당하시다보니 힘든 점도 많았는데 이를 고려해 마케팅과 법률을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아예 야구를 모르더라도 팬과 미디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분을 사무총장으로 모셨다. 우리도 팬에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의 마음과 팬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분을 찾아 영입했다”며 김태현 신임 사무총장이 선수와 팬의 가교 구실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선수협이 이처럼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바통은 KBO와 구단들에 넘어갔다. 일단 KBO 이사회는 샐러리캡을 주장해놓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계획은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샐러리캡 기준선에 대한 내부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샐러리캡은 KBO리그에서도 처음 논의된 사안이다. 최근 이사회에서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수협의 의견을 수렴해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만만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도 구단과 선수노조가 샐리리캡 기준선을 두고 수차례 충돌했다. 기준선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좁히지 못해 리그가 중단되고 개막일이 몇 달씩 밀리는 일도 벌어졌다. ML(메이저리그)의 경우 1994년 8월 구단주 그룹의 샐러리캡 제도 요구에 선수들이 총파업을 결정했다. 8월 중순 정규시즌이 중단되면서 1994년에는 포스트시즌과 월드시리즈도 열리지 않았다. ML 파업은 232일 동안 이어졌고 선수노조와 구단주 그룹은 샐러리캡이 아닌 사치세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하며 1995시즌을 맞이했다.

앞으로 KBO 이사회와 실행위원회는 샐러리캡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운영비 절감 혹은 유지가 목표라면 샐러리캡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이며 샐러리캡 시행에 따른 각종 규정을 어디까지 마련할지 고민할 시간이다. 그리고 KBO는 이사회가 결정한 샐러리캡 규정을 두고 선수협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KBO리그 창설 이래 가장 큰 제도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선수협과 구단이 박자를 맞춰서 동행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