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류현진(LA 다저스)의 투구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자신있게 던지는 것이다. 지난해는 약간씩 도망다니는 피칭을 했다.” 스포츠네트 LA 해설자 오렐 허샤이저의 분석이다.

류현진은 2일(한국 시간) 오라클 파크에서 벌어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최다 투구(107개), 최다 이닝(8이닝)에 4피안타, 1실점, 6탈삼진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1-1 동점 상황에서 대타로 교체돼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다. 방어율은 2.55로 뚝 떨어졌다. 다저스는 9회 2사 1, 2루서 구원 페드로 바에스가 베테랑 버스터 포지에게 좌전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1-2로 패했다. 지난 4월 홈 3연전에서 2승1패로 자이언츠를 누른 다저스는 이번 원정에서는 1승2패로 루징 시리즈를 기록했다.

스튜디오 해설자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류현진의 믿을 수 없는 역투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네트LA는 비록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2로 패했으나 류현진을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으로 선정했다. 끝내기로 패해 표정이 굳은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은 정말 훌륭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호투에 타선은 침묵했다.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4가지의 구종이 너무 뛰어났고 자이언츠 타자들이 여기에 밸런스를 맞추지 못했다. 올 시즌들어 최상의 피칭이었다”고 평가했다. 허샤이저도 경기 도중 류현진의 호투에 “자이언츠 타자들이 헷갈릴 것이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고 싶은대로 던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1회 무사 2, 3루의 대량 실점 위기를 1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힘은 절묘한 제구였다. 자이언츠 타선의 심잔 3번 브랜든 벨트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지만 클린업히터 버스터 포지를 유격수 땅볼, 5번 에반 롱고리아를 좌익수 플라이 범타로 처리하며 시즌 최다 이닝 투구의 발판을 마련했다. 류현진의 8이닝 투구는 데뷔 첫 해인 2013년 9월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1-2 완투패 이후 처음이다. 올해 다저스 선발로는 로스 스트리플링의 8이닝과 함께 최다 이닝 피칭이기도 하다. 스트리플링은 리치 힐의 현역 엔트리 등록으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다저스에는 아직 완투한 선발 투수가 없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최다 투구수는 2013년 5월1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기록한 114개다.

6년 만의 8이닝 최장 이닝 투구에 대해 류현진은 “투구수가 효율적이었다.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 실점을 한 게 8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적극적으로 승부하면서 빠르게 공수가 바뀌었고 그 더분에 좋은 수비도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2경기 연속 105, 107개의 투구로 스태미너를 과시한 류현진은 “던지라고 했으면 9회에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순리대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 7회까지 매이닝 3타자씩으로만 이닝을 마무리했다. 자이언츠의 4안타 가운데 2안타는 내야안타였다. 올 6차례 등판에서 4경기에서 볼넷이 없는 류현진은 자이언츠전을 포함해 삼진 39개, 볼넷 2개로 삼진-볼넷 비율(K/BB) 19.5를 기록했다. 이날 규정이닝을 채워 단숨에 이 부문 1위로 점프했다. 2위 맥스 셔져(워싱턴·8.86)에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다저스는 주자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10타수 1안타로 무기력해 류현진의 호투에 화답하지 못했다. 류현진과 맞붙은 선발 매디슨 범가너도 지난 달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투구와는 달리 특유의 날카로운 피칭으로 전날 홈런 3방을 터뜨리며 10점을 뽑은 다저스 타선을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봉쇄했다. 삼진도 8개를 빼앗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