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에인절스는 2012시즌을 앞두고 거금을 투자했다. 전 텍사스 레인저스 좌완 C.J. 윌슨을 5년 7750만 달러에 영입했다. ‘더 맨’으로 통했던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는 10년 2억1000만 달러 계약으로 데려왔다. 팬들과 구단은 2009년 이후 지구 우승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투타의 불균형으로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6승1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로 주저 앉았다.

제리 디포토 단장은 4월28일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을 호출했다. 예상보다 빠른 승격이었다. 내셔널리그 MVP를 3차례 수상한 푸홀스는 초반에 매우 부진했다. 초반 27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이 1개도 없었다. 에인절스는 20살의 루키 트라웃이 가세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톱타자로 출장하는 트라웃의 높은 득점과 몸을 사리지 않는 외야 펜스 수비가 팀에 녹아 들었다. 사실 MLB처럼 선수층이 두꺼운 리그에서 루키의 임팩트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에인절스는 트라웃이 가세한 뒤 29경기 만에 26승26패로 승률 5할에 올라섰다.

‘파이브 툴 플레이어’ 트라웃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뒤늦게 합류하고도 139경기에서 타율 0.326에 30홈런, 83타점, 129득점, 49도루를 기록했다. 득점과 도루는 리그 1위였다. 시즌 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MVP 투표에서는 아깝게 2위에 머물렀다. MVP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루수 미겔 카브레라에게 돌아갔다. 카브레라는 45년 만에 타격 3관왕을 차지한 프리엄이 결정적이었다.

트라웃은 카브레라 외에 유일하게 6표의 1위표를 획득했다. 야구기자들은 트라웃의 활약을 높게 인정한 것이었다. 트라웃은 2014년, 2016년 AL MVP에 올랐다. 2012년 이후 AL MVP 투표에서 4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현역 최고 선수로 공인받고 있는 이유다.

에인절스에 2012년은 트라웃이라는 향후 명예의 전당 후보를 확인한 시즌이었다. 그런데 시즌 후 구단은 연봉 48만2000 달러(5억3791만2000 원)에서 1만7500만 달러(1953만 원)를 인상해 51만 달러(5억6916만 원)로 올려줬다. 신인왕 훈장과 트라웃의 활약과는 거리가 먼 인상폭이었다. 트라웃의 에이전트 크레이그 랜디스는 구단의 야박한 인상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에인절스 팬들도 구단을 비난했다. 트라웃의 2019년 연봉은 3325만 달러(371억700만 원)다.

MLB와 KBO리그의 연봉 시스템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KT는 13일 루키 강백호의 2019년 연봉을 지난해 2700만 원에서 344%(9300만 원) 인상된 1억2000만 원으로 결정했다. 신인왕과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을 높이 인정했다. MLB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상액이다.

MLB와 선수단 노조(MLBPA)는 선수를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연봉조정신청 전의 선수 ▲연봉조정신청 대상자 ▲프리에이전트 등이다. 데뷔 후 3년 동안은 연봉조정신청 전의 선수다. 구단의 연봉 책정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MLB 3년 활동을 거쳐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풀타임 6년 또는 7년이경과되기 전의 선수들이 연봉조정신청 대상자들이다. 이 때부터는 선수들이 연봉을 올려 달라고 목청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1일이 연봉조정신청 대상자들의 요구액과 구단의 제시액 마감일이었다.

콜로라도 로키스 3루수 놀란 아레나도는 연봉조정신청 사상 최고액인 3000만 달러(334억8000만 원)를 요구했다. 구단은 24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2월에 벌어지는 청문회를 거친다. 양측이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이라 가급적 피한다. 전문가들은 아레나도의 연봉은 2700만 달러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아레나도는 2019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된다. MLB에는 사실상 연봉 삭감이 없다. FA 신분 때의 몸값 차이가 곧 연봉 삭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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