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10일(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벌어지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2019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회원 2명이 발표됐다. 마무리 투수 리 스미스(60)와 지명타자 해롤드 배인스(59)다. 불펜투수와 최초의 지명타자 입성이다. 두 베테랑이 시카고 프랜차이즈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MLB 18년 경력의 스미스는 시카고 컵스에서 가장 오래(8년) 뛰었다. 1997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은퇴 당시 MLB 역대 최다 세이브(478개)를 기록했다. 훗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트레버 호프먼(601개),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652개)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러나 여전히 이 부문 역대 3위에 랭크돼 있다.

1977년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된 배인스는 MLB 드래프트 사상 전체 1번 지명자 가운데 켄 그리피 주니어(1987년), 치퍼 존스(1990)에 이어 역대 3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22년 가운데 14년을 화이트삭스에서 활동했다. 통산 타율 0.289에 홈런 384개, 타점 1628개를 남겼다. MLB 통산 2830경기 출장에 지명타자로 1643 경기에 나섰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의 지명타자인 셈이다.

배인스의 헌액은 2019년 1월23일 발표될 미국야구기자단(BBWAA)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타자 출신 에드거 마르티네스(현 타격코치)의 가입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마르티네스는 올해로 야구기자단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 10년째의 마지막을 맞는다. 야구기자단은 지명타자에 매우 인색하다. 반쪽 선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희망적인 점은 지난해 기자단 투표에서 70.4%(297표)의 지지를 얻었다. 역대로 70%의 지지를 얻은 후보는 이듬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스미스와 배인스는 일종의 구제를 받아 뉴욕 쿠퍼스타운 행에 몸을 실었다. MLB 명예의 전당 후보는 10년 이상 경력에 은퇴 후 5년이 경과돼야 한다. 야구기자단의 투표에서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회원이 된다. 투표인단은 지난해 422명이었다. 10년 동안 후보 자격을 얻는다. 야구기자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16명으로 구성된 원로위원회로 넘어 간다. 2010년부터 명칭을 ‘오늘의 경기 시대 위원회(Today’s Game Era Committee)’로 바꿨다. 위원회도 75% 지지, 즉 12명 이상이 돼야 한다. 명예의 전당 회원이라도 모두 같은 게 아니다. 야구기자단이 선정한 회원이 가장 권위가 있다. 투표인단 자체가 광범위하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멤버는 명예의 전당 회원 출신 그렉 매덕스, 조 모건, 버트 블라일레븐, 로베르토 알로마, 오지 스미스(이상 선수), 토니 라루사, 조 토리(이상 감독), 팻 길릭, 존 슈허홀츠(이상 프런트) 등 9명, 구단주 및 프런트 간부 제리 라인스도프(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주), 알 아빌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부사장), 폴 비스턴(전 MLB 사장), 앤디 맥페일(필라델피아 필리스 사장) 등 4명과 언론인 3명이다. 위원회의 명예의 전당 회원 투표는 야구기자단처럼 해마다 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는 2018년 회동 이후엔 2021년, 2023년에 모일 예정이다. 이 때 후보자 10명을 놓고 선정 작업을 한다. 올해 후보자 가운데는 전 시애틀 감독 루 피넬라, 전 LA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 데이브 존슨 감독, 뉴욕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작고) 등이 포함돼 있었다. 피넬라는 1표가 모자라 2019년 명예의 전당 회원에서 탈락했다.

투표인단이 적은 위원회의 선정은 잡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스미스는 만장일치 지지다. 그러나 배인스는 12표로 턱걸이했다. 발표 후 곧바로 화이트삭스 라인스도프 구단주가 배인스를 강력하게 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배인스도 “내가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루사 전 감독도 자유롭지 못했다. 베인스가 활동한 1979년 대행부터 1986년까지 화이트삭스 감독을 지냈다. 이런 소문에 라루사는 “배인스는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 수 있는 큰 족적을 남겼다”고 옹호했다. 스미스와 배인즈는 명예의 전당 자격이 충분한 베테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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