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오승환. 2018.08.09. <길성용 객원기자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5년 동안 타지 생활의 어려움, 좋은 모습으로 고국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엄연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대로 움직이는 게 프로다. 소속팀과 동료들은 물론 향후 빅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오승환 답지 않은 기자회견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하며 한국 복귀를 강조했다. 복귀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일본과 미국에서 다섯 시즌을 뛰면서 다소 지친 감이 있다. 힘이 남아있을 때 KBO리그로 돌아와 팬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어 “거취는 에이전트와 상의할 부분이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으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에이전트와 콜로라도가 협상해 한국 복귀의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의도도 보였다.

오승환은 현재 콜로라도 소속이다. 지난 3월 토론토와 1+1 계약을 체결했고 2018시즌 70경기 이상을 뛰면서 2019시즌 계약도 자동으로 실행됐다. 지난 7월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지만 계약도 고스란히 이행된다. 오승환은 2018시즌 보장액인 200만 달러에 경기수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25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시즌에도 비슷한 규모의 계약이 진행된다. 빅리그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약 규모지만 KBO리그 투수들의 연봉보다는 훨씬 높다. 콜로라도 제프 브리디치 단장은 오승환이 한국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오승환이 한국 복귀 시점을 2019년이라고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커리어 막바지를 얘기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오승환이 현재 맺은 계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승환의 잔류를 바라봤다.

콜로라도는 지난 7월 오승환을 얻기 위해 유망주 셋을 토론토로 넘겼다. 콜로라도의 기대대로 오승환은 불펜진에 힘을 더했고 콜로라도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밀워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싹쓸이 패를 당했으나 지난해와 달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하며 홈인 쿠어스필드에서 가을야구를 했다. 콜로라도는 2019시즌에도 오승환을 불펜진의 핵심전력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임창용, 윤석민, 박병호 등이 메이저리그 혹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하락했다. ‘안 되면 금방 포기하고 돌아가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런데 오승환은 이들과 달리 팀의 핵심선수다. 최초로 한·미·일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고 2019시즌까지 활약하면 전대미문의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도 가능하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입단 후 올시즌까지 통산 399세이브를 기록했다.

만일 콜로라도와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만만치 않은 산이 기다리고 있다. 오승환은 KBO리그 복귀시 72경기 징계를 받는다. 정규시즌 절반을 출전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징계중인 오승환을 대표팀에 합류시킨 것은 분명 다시 돌아봐야하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한국 복귀가 원만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원정 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오승환이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2016년 2월 오승환은 새벽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절치부심했다. 당시 팀의 리더인 야디어 몰리나와 마이크 매시니 감독 모두 스프링캠프에 앞서 실전 준비를 마친 오승환을 극찬했다. 매시니 감독은 “당장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컨디션”이라며 오승환의 보직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오승환은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투수다. KBO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고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도 5개나 갖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중고교 투수들이 오승환을 바라보며 꿈을 키운다. 시작 만큼이나 끝맺음도 중요하다. 계약서대로 2019시즌까지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고 계약이 종료된 이후 한국복귀를 바라봐도 늦지 않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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