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타구 잡으려는 김진욱 감독[포토]
kt 김진욱 감독이 11일 SK와이번스와 kt위즈의 경기에서 자신을 향한 파울타구를 잡기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오른쪽은 이숭용 코치.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격동의 1박 2일이었다. 유임이 유력하던 감독은 끝끝내 사퇴의사를 거두지 않았고 일찌감치 교체가 예정돼 있던 단장은 ‘선수출신’ 흐름을 따랐다.

KT가 파격 인사로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KT는 18일 김진욱 감독과 임종택 단장의 사퇴 의사를 받아 들였다. 또 2014년 창단 때부터 타격코치로 1, 2군 선수단을 두루 살핀 이숭용(47) 코치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단장 중심의 체제 개편으로 팀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인사다. 지난 17일부터 1박 2일 동안 말그대로 급류를 탔다. 단장 교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 큰 문제 없었지만 감독 사퇴라는 암초가 겹쳐 불 난 호떡집 같았다.

[포토]김진욱 감독, 아웃이라니요!
kt 김진욱 감독이 14일 잠실 두산전 2회 포수 이해창의 홈충돌 관련 진로방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당초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탈꼴찌(9위)에 성공하며 승률 4할을 돌파(0.418)한 김 감독과의 거취를 두고 남은 1년의 계약기간을 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12일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며 9위를 확정한 뒤 구단에 사임하겠다는 통보를 했고 13일 두산과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해외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한 KT 유태열 대표이사는 김 감독이 귀국한 17일 저녁 자택 인근으로 찾아가 마지막 설득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용퇴의지가 확고해 결국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용퇴를 결정한 김 감독은 “감독은 당연히 책임지는 자리여야 한다. 팀 체질을 바꾸고 분위기를 쇄신하고 싶었지만 내 능력이 부족했다. 발전할 수 있는 팀이니 새 감독 체제에서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구단이 제안한 기술자문직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김 감독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감독 공석 사태를 맞았지만 오히려 이 신임단장 중심의 체제 개편에는 탄력을 얻은 모양새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4년 태평양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 신임단장은 소속팀이 현대와 히어로즈로 바뀌는 18시즌 동안 2001경기에 출전해 162홈런 1727안타 타율 0.281의 기록을 남겼다. 해설위원으로 2년간 장외에서 야구를 바라본 그는 2014년 KT 창단 멤버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이 단장은 “1군에서 2년 반, 2군에서 2년 반을 생활하면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됐다. 꿈을 펼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프런트, 기존 코칭스태프와 잘 상의해 2~3년 안애 KT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구단으로 이끌고 싶다. 감독 선임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성 시스템을 개선하고 선수단 전체가 KT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SS포토]KT 이숭용 코치 \'보람찬 하루 마무리는 정리정돈 철저\'
야간에도 훈련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숭용이 휴식일인 22일을 앞두고 야간훈련을 마친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내부적으로는 시즌 중반, 정확히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부터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나 그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야구단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른바 ‘전문 단장’ 제도를 도입해 열악한 육성 시스템을 재정립해 장기 플랜을 세워야 1군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됐다. 운영과 육성, 스카우트 팀별로 효율적인 구단 시스템 정립을 위한 의견개진이 활발히 전개됐고 시스템 개발을 이끌 적임자가 누군지를 두고 갑론을박도 오갔다. 이 신임단장은 치열한 현장의 고민 끝에 최종 후보로 낙점됐고 유 대표이사가 직접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의 거취는 구단도 예측하지 못했다. 일부 코칭스태프는 “시즌 막판에 감독께서 자진사퇴 카드를 꺼내실 것 같았다”며 분위기를 감지했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구단은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작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며 유임에 무게를 뒀다. 시즌 막판 호남권 인사가 단장, 감독직을 노리고 정치권에 줄을 댄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나돈 것도 김 감독 유임에 무게를 실었다. KT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치권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김 감독과 함께 간다는 발표를 어떤 형태로든 준비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거취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팀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는 자책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사퇴 카드를 던지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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