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불과 몇주전만해도 보컬그룹 장덕철을 아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표한 ‘그날처럼’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다 음원차트 정상까지 오르며 장덕철은 2018년 가요계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사실 장덕철의 성공은 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윤종신의 ‘좋니’와 멜로망스의 ‘선물’ 등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 CD, DVD와 같은 앨범을 통해 소비되던 음악은 스트리밍에 기반하는 음원사이트로 옮겨졌고 이제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은 음악과 동영상은 다시 음원차트에 영향을 미치며 ‘역주행’이라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중고신인이었던 장덕철을 발굴해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시킨 장본인은 바로 리메즈 이시우 대표(28)다. 이시우 대표가 이끄는 리메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다.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회사이지만 이미 업계에서 로엔, 지니,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 인터 파크 등 수 많은 기획사와 이미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우리는 기획사와 역할이 다르다. 기획사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회사고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매체에 맞게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도 아티스트를 A부터 Z까지 만들어주자가 아니라 잘하는 친구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해주는 에이전시 개념이다. 차트를 보면 지금 싱어송라이터 비중이 많다. 본인들의 음악적 역량으로 회사가 최소의 지원이다. 국내 기획사 시스템보다는 미국 에이전시나 레이블 시스템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이시우 대표는 이미 대학생 시절 소셜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 맞는 마케팅을 생각해 탄생시킨 것이 페이스북의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일소라)였고 이후 쥬스TV등도 함께 제작하다 지난해 리메즈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당시 사회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흥행했다. 일반인이 노래하는 것에 대해 열광할까 생각하다 주변에 노래를 잘 하는데 기회를 못 받는 사람이 많았다. 방송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인기를 얻어 방송으로 가보고자 하는 생각을 했다. ‘일소라’는 만들자 마다 대박이 났다”며 미소지었다.

장덕철의 성공으로 이시우 대표는 2013년 썼던 사업계획서를 현실로 이뤄냈다. “너무 뿌듯하다. 5년전에 사업계획서에 장덕철 같은 그룹을 만들겠다고 썼는데 내 인생에서 그것을 검증했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 이전에도 40(포티)나 이준호 반하나 등이 역주행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를 만들어가고 우리가 생각한 시장을 검증할 기회가 생겼다.”

이시우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여러번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채널도 있고 제휴를 맺는 채널도 있지만 콘텐츠에 무엇보다 집중한다. 잘 만든 콘텐츠는 구독자가 0명인 곳에 노출해도 100만명이 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반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또 광고 동영상이 100만 조회수가 나와도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듯이 음악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음원사이트와 음원차트에 반영되야 한다. 우리는 유입률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리메즈를 비롯해 여러 회사들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트렌드를 빨리 읽고 혹은 트렌드를 만드는 경계 지점에 서 있는 업체 중 리메즈는 단연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주변 회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소셜미디어가 점차 커지는 시대적인 흐름은 있는데 누가 시장성 있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주변 업체를 통해 교훈을 많이 얻었다. 다양한 사례를 촉각을 기울여 보고 있다. 잘한 점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는데 우리는 최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고 알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과 현재 대중가요의 한축을 맡고 있는 아이돌 시장과 결합은 가능할까. 그는 “뷰티 제품도 페이스북으로 소비되고 실제 매출로 늘어났다. 현재 카테고리가 늘어나는데 포맷의 문제다. 발라드는 일정 부분 찾았고 퍼포먼스형 가수도 분명 소통하는 법이 있다고 생각해 여러 데이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아이돌을 마케팅하는 방식은 만들어가고 있는데 팬덤 시장에서는 소셜미디어가 효율적인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아이돌 방탄소년단에 대해선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가수로 성장했다. 누구보다 먼저 소셜미디어가 가진 본질인 소통의 창구를 잘 활용한 좋은 케이스다. (콘텐츠를 보면)진정성이 느껴진다. 현재 IT업계서도 제품과 마케팅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고 있는데 아티스트 역시 본인들이 SNS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의미를 인지하고 알아야 한다. 스스로가 먼저 동영상이나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시우

대중음악의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음악소비자의 실제적인 관심을 음원차트로 이어가는 리메즈의 행보와 SNS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고 아직 SNS를 통해 인기를 모은 콘텐츠나 아티스트가 연속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는 “장덕철의 경우 페이스북으로 편법을 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음악 시장 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바뀌어 가고 있는 시기라 이런 현상은 더 많아질 거 같다. 방송국도 똑같이 매니저가 일을 잘하면 다양한 예능을 나오는 것과 같이 우리도 미디어가 SNS에 최적화 됐지 방식은 이전과 똑같다고 본다”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도 이거 하나 만들었다고 히트를 하고 다시 사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재능있는 사람을 모으고 함께 꾸준히 잘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리메즈가 가려는 방향과 목표점은 무엇일까. 이대표는 “궁극적으로 크레이트브 아티스트 에이전시라고 써있는데 해외사례 중에 CAA(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다. 엄청나게 많은 형태의 스타가 소속되어 있고 펩시콜라 광고도 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도 콘텐츠와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춰서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일차적으로는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 있고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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