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본 작품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밖에 일체의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드라마나 영화 시작 전 종종 등장하는 시청 주의 문구다. 국내 창작물에서는 상영금지 가처분이나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특정인물이나 단체를 연상케 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는 분위기다. 대상이 고인이나 정치인을 연상케 한다면 작품 자체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 ‘선재 업고 튀어’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주인공 선재(변우석 분)가 지난 2017년 사망한 샤이니 종현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드라마는 유명 아티스트 선재가 사망하자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2008년으로 회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팬들은 ‘선재업고 튀어’ 첫 방송 날짜가 종현의 생일인 4월 8일이며 여주인공 임솔이 샤이니 데뷔연도인 2008년으로 회귀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CJ ENM 측은 “‘선재 업고 튀어’는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인물이나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드라마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첫 방송 편성 날짜는 기존 tvN 월화드라마 블록 편성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결정된 것일 뿐, 의도적인 설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원작과 달리 2008년을 회귀년도로 설정한 이유에는 “원작의 6년 전이라는 설정은 시대적 차이를 보여주기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2023년과 시대적 대비가 확실히 드러나는 2008년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류선재가 데뷔한 연도는 2009년으로, 샤이니와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 ㅇ난감’은 7회에 등장한 부연건설 회장 형정국(승의열 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극 중 형정국이 백발을 뒤로 넘기고 안경을 쓴 모습이 이대표와 닮았다는 주장이다. 죄수복에 적힌 수감번호 4421은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가 챙긴 수익 4,421억 원과 일치하며 형정국이 접견실에서 장어초밥을 먹는 장면은 지난 2021년 이 대표의 부인이 법인카드로 초밥을 결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극 중 형정국 회장 죄수 번호는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며 특정 인물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연출자인 이창희 감독도 “비정치적인 작품에 감독의 정치 견해를 몰래 녹이는 건 아주 저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외국은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만 한국은 콘텐츠와 현실 세계를 상당 부분 연결시켜서 보는 관점이 있다”며 “그게 단점이면서 장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과몰입해 콘텐츠에 개입하고 의견을 내는건 장점이지만 과한 개입이 억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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