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삼성 강민호(39)가 한국 야구 새 역사를 썼다. 박용택 해설위원의 2237경기 출장을 넘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가 됐다. 어느 포지션보다 부상 위험이 크고 체력 부담도 큰 포수로서 이룬 기록이라 숫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

강민호는 28일 잠실 LG전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러면서 개인 통산 2238번째 경기 출장이 이뤄졌다. 경기 초반 비가 오면서 우천취소 노게임 위기가 있었으나 비가 잦아들었고 5회까지 진행돼 경기가 성사됐다. KBO리그 43시즌 동안 강민호보다 많은 경기에 뛴 선수는 없으며 앞으로 강민호 기록 하나하나가 신기록이 된다.

이날 경기에 앞서 강민호는 “우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지금까지 프로 생활 오래 하면서 내 몸을 치료해주신 트레이너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혼자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선수가 아니다. 여전히 특급 포수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는 은퇴를 생각할 시점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의 모습은 포수 중 상위권이다. 지난해 1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0 16홈런 77타점을 올렸다. OPS도 0.811로 높았다. OPS를 놓고 봤을 때 강민호보다 위에 있는 선수는 두산 양의지 뿐이다.

지금까지 쌓은 금자탑은 더 빛난다. 포수 골든들러브 6회 수상에 전날까지 역대 포수 최다 홈런(320개)을 터뜨렸다. 타점도 1167개로 역대 포수 1위. 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힘차게 배트를 돌린다. 공수겸장 포수의 표본인 강민호다.

강민호 또한 포수로 최다 출장을 이룬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포수는 힘들지만 그만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포지션이다. 승리하면 승리한 대로, 패배하면 패배한 대로 영향을 끼친다. 희노애락이 큰 포지션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보람과 재미도 느낀다. 승리했을 때 느끼는 희열도 다른 포지션보다 크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포수를 하고 싶다”고 포수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커리어 위기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물론 힘들 때도 많았다. 2009년 팔꿈치가 아팠을 때 이러다가 포지션을 바꿔야 하나 생각도 했다. 다행히 뼛조각 수술 후 이상이 없다”고 답하며 “이후에도 힘들기는 했다. 시즌 중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감 때문에 오늘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뛰려 했다. 3회 정도가 되면 피로가 사라졌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요령이 생겼다”고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2004년 9월19일 사직 현대전에서 데뷔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장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2004년 단 3경기 출장이지만, 2005년은 무려 104경기에 나섰다. 데뷔 10년차였던 2013년 8월8일 잠실 LG전에서 1000경기 출장을, 2022년 4월30일 광주 KIA전에서는 역대 15번째로 2000경기 출장을 달성한 바 있다. KBO리그 데뷔 20년차였던 2023시즌까지 2233경기를 소화했다.

강민호는 유독 기억에 남은 경기에 대해 “2004년 첫 출전보다는 2005년 개막전 출전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선발 출전이었고 개막전이었다. 만원관중 속에서 경기에 나섰는데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그때 결승타를 쳤다. 무슨 공이었는지, 호흡을 맞춘 선발 투수가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고 웃었다. 무려 19년전. 올해 프로에 입단할 선수들이 태어난 해 개막전 포수로 나섰던 강민호다.

강민호 대기록에 이전 기록 달성자 박용택 해설위원도 직접 축하했다. 이날 경기 5회 종료 시점에서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강민호가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가기를 바랐다.

강민호는 “어릴 때부터 존경한 선배님이시다.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 기록은 내가 가진 기록 중 가장 소중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나중에 손자가 태어나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포수로 시작해 포지션 변경 없이 기록을 세운 것에 박수쳐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메이저리그 최다 출장 기록은 피트 로즈의 3562경기. 포수로 최다 출장 기록은 이반 로드리게스의 2543경기다.

강민호는 이를 두고 “포수 기록은 최선을 다해보겠다. 사실 네 번째 FA도 목표로 두고 있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닌 후배들을 위해 하나의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2, 3번 FA로 끝나는 게 아닌 다음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선배로서 의무감을 느낀다”고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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