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안산=강예진 기자] 원팀의 힘.

이정도면 미친기세다. 포스트시즌 3연승으로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누구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V리그 레전드’ 외인 레오가 자리하고 있지만, 송희채를 비롯해 신호진, 미들블로커 진상헌 등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OK금융그룹 얘기다.

이유는 있다. ‘원맨팀’이 아닌 ‘원팀’을 강조하는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영향이다. 이번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오기노 감독은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른바 외국인 선수 한 명을 중심으로 한 ‘몰방 배구’가 아닌 모든 선수가 함께 뛰는 분위기를 유도했다. 보통 승부처에서는 팀 내 에이스인 외인에게 공이 올라가곤 하는데, 포스트시즌에서 OK금융그룹은 달랐다. 포스트시즌 세 경기를 치르면서 레오의 공격 점유율은 점차 낮아(55.88%-41.22%-30.43%)졌다. 국내진들이 고루 점유율을 챙기면서 자리를 메우고 있다.

승부처에서 본인에게 공이 올라오지 않는 걸 어색해했던 레오 역시 ‘과도기’를 거쳐 감독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오기노 감독은 “외국인 선수여도 우리는 원팀이라는 걸 항상 전달한다. 그걸 증명해 낸 경기”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기노의 ‘원팀’ 리더십은 평상시에도 발휘된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오기노 감독은 팀에서 누구 한 명이 도드라지게 주목받는 걸 상당히 싫어한다. 경기 후 모든 기사를 보면서 특정 선수가 유독 많이 언급되는 상황을 경계한다. 그만큼 모든 선수가 하나로, ‘원팀’이 되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터 곽명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감독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팀’으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야르사이한 역시 “한 명이 아닌 모든 선수가 원팀이 됐기에 승리했다”고 거들었다.

덕분에 OK금융그룹은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올랐다. 당시 OK저축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시선은 29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챔프전으로 향한다. 상대는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다. 개인 기량으로만 놓고 보면 국가대표가 즐비한 대한항공이 우위다. 오기노 감독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대한항공은 우리와 비슷한 패턴을 지니고 있지만, 개인 능력이 굉장히 훌륭한 팀이다. 개인보다는 팀으로서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1년간 해온 배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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