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애초 결정했던 올해 3월 29일 개봉 대신, 2025년 1월 28일로 개봉일을 변경했다.

워너브러더스 모션 픽쳐 그룹의 해외 배급 사장 앤드류 크립스는 14일 “‘미키 17’은 독창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유머, 뛰어난 프로덕션 퀄리티로 모두를 놀라게 할 것”이라며 “저희는 봉준호 감독의 모국인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쉬튼이 2022년 집필한 공상과학 소설 ‘미키 7’을 각색한 작품이다. 일곱 번째 복제에 성공한 우주 탐험가 미키 반스가 외계 행성에 설치된 해변 거점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다룬다. 봉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으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개봉을 미룬 ‘미키 17’은 아이맥스나 4DX, 돌비, 스크린엑스 등 다양한 특수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편집 시간을 확보했다. 개봉일인 1월 28일은 한국의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 만큼 수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국내 흥행 면에서는 가점 요인이 분명하다.

◇워너브라더스인데 韓 성수기 개봉? 전세계 주요 영화제 출품 못해

하지만 개봉일을 1월 28일로 잡으면서 전세계 주요영화제 출품은 물 건너갔다는 게 영화계의 반응이다. 당초 올해 3월 전 세계 동시 개봉 예정이었던 ‘미키 17’은 한국 단독 개봉으로 변경하면서 월드 프리미어를 조건으로 하는 칸 국제영화제 출품도 어렵게 됐다.

소문도 무성하다.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 배우 조합 파업으로 인해 일정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 감독의 팬들은 워너브러더스가 봉준호 감독에게 전형적인 SF 장르물을 만들라고 강요했다거나,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높지 않다는 등 비판적인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개봉일만 보면 워너브러더스에서 ‘미키17’을 버리는 카드로 쓰는 것 같다. 한국을 제외하면 2월은 전 세계적인 비수기다. 4월 월드 프리미어 시즌은 전통적으로 블록버스터 시즌이다. 만약 오스카를 노렸다면 연말 개봉을 해야 했다.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가을에 개봉하면 다른 영화제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배급사와 제작진과 갈등이 있거나, 영화가 취향이 아니거나 영화적 재미가 예상만큼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칸영화제 韓영화 수상가능성 줄어

‘미키 17’은 봉 감독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이자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비영어권 영화인 ‘기생충’ 이후 선보이는 신작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다.

‘미키 17’이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포기하면서, 국내 영화의 출품작 수와 수상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영화 배급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결정한 작품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리볼버’(오승욱 감독) 하나다.

CJ ENM은 ‘베테랑2’와 ‘하얼빈’ 등 일부 작품의 출품을 고려하고 있으나, 확정은 아니며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 NEW도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워너브러더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계에 있어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 영화를 확인하지 않고도 출품받는 감독이다. 유럽 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매우 높여주는 감독인데, 실망스럽다”라며 “오승욱 감독이 경쟁부문에 초청된다면 커다란 기회를 얻는 것이겠지만, 칸 영화제가 워낙 진입장벽이 높아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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