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한국 남자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서민규(15·경신고)가 연기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까지 바라보고 있다.

서민규는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그는 대만 타이베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30.75점을 받아 일본의 나카타 리오(229.31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23·휘문고)도 일구지 못한 성과다. 차준환은 2018년에 5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완성도를 높인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민규는 4회전 점프 등의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진 않았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안정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세심한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예술점수는 76.72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나카타(73.63점)보다 무려 3점 이상이 높았다.

서민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작품을 많이 보며 연기력을 키웠다. 강동원 배우가 뛰어난 연기를 펼친 영화 전우치 등 좋아하는 영화를 10번 이상 돌려봤던 것이 연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주니어 무대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시니어 무대에서는 기술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대회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4회전 점프를 장착해야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서민규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2023-2024시즌 이전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트리플 악셀(세 바퀴 반 회전) 단독 점프를 시도했다. 도약에서 흔들리며 1회전인 싱글 점프로 처리하는 등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기술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기에 미래를 기대케 했다.

서민규는 “이번시즌 초까지만 해도 트리플 악셀 점프를 쇼트프로그램에 넣지 않았다. 이번 대회 공식 훈련에서도 성공률이 떨어졌는데, 휴식기엔 트리플 악셀을 넘어 내가 할 수 있는 쿼드러플 점프를 찾고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민규의 맹활약에 ‘제2의 차준환’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서민규는 손사래 치면서 “아직 나에게는 과분한 단어다. 메달을 땄다고 자만하지 않겠다”고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함께 귀국한 은메달리스트 신지아(16·세화여고)는 쇼트프로그램(73.48점), 프리스케이팅(138.95점), 총점(212.43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찍었지만 동갑내기 라이벌 시마다 마오(일본·218.36점)에게 또 밀리면서 3회 연속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아쉽지만 쇼트에서 1위를 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 욕심이 있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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