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상의 골퍼들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대한 로망과 존경심을 오랜 추억과 함께 현재까지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BTS에 열광하는 아미들처럼 우즈가 필드에서 착용하는 의상에서부터 모자, 퍼터에 이르기까지 걸어 다니는 광고판 그 자체였다.

1996년 21세의 나이로 프로에 입문한 우즈는, 그해에 나이키(Nike)와 역대 최대 금액인 5년 4000만 달러의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에 매우 큰 규모의 계약으로 주목받았는데, 이후 골프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우즈는 계속해서 나이키와 협력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올해 타어거 우즈는 SNS를 통해 “27년 전 가장 상징적인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시작할 수 있어 운이 좋았고, 많은 날이 놀라운 순간과 추억으로 채워졌다”면서 나이키와의 결별을 알렸다. 나이키 역시 “타이거, 대단한 라운드였어”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타이거 우즈가 27년간 나이키 후원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최소 5억 달러, 우리 돈으로 6592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즈의 최전성기 때인 20년 전, 필자도 골프황제의 코스프레를 많이 하고 다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로 도배를 했고, 특히 중요한 라운딩을 할 때는 우즈가 마지막 챔피언조 라운딩에서 항상 입었던 빨간 티셔츠에 검은색 나팔바지 패션을 따라 입곤 했다.

심지어 드라이버 커버도 타이거 모양의 인형을 씌워, 동반자들에게 위압감을 줘서 기선제압을 하려고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그 당시 볼 좀 친다 하는 골퍼들은 자신감의 상징으로 우즈를 모방하려 했다.

우즈의 광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장면 중 하나가 2005년 마스터스 16번 홀에서 칩샷을 홀에 넣은 순간일 것이다. 중계 화면에는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공이 홀컵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췄다가,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갤러리들은 열광했고 나이키 볼은 그 후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후에도 나이키와 우즈의 인연은 부상과 스캔들 속에서도 견고하게 이어져 왔고, 2016년 나이키가 골프 장비 사업에서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돼 오다가 올해에 아쉽게도 결별하게 된 것이다.

프로 골퍼에게 스폰서 계약은 오아시스의 생명수와도 같다. 안정된 생활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액을 떠나서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선수의 자질이나 능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지만, 눈앞의 이익이나 단순한 성적 부진과 같은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해 낼 수가 없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스폰을 통해 광고와 홍보, 매출 및 판매가 직접적으로 빠르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나름의 기준을 갖고 선수와 계약을 하지만, 우승이나 상위권에서 멀어지면 토사구팽 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선수를 후원해주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와 윤리에도 이제는 부합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마지막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양희영 선수가 2019년 태국대회에 이어 4년 9개월 만에 우승했는데, 그동안 별다른 성적이 없어서 메인 스폰서 후원을 구하지 못해 모자 정면에 스마일 모양의 자수를 그리고 나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양 선수의 심정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고, 스폰 후원계의 냉혹한 현실과 비정함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이시카와 료 선수는 한때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선수였다. 외모에서도 앞서갔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로 필드에서 구름 같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파5에서 파온을 하기 위해 세컨드샷을 드라이버로 그린을 직접 공략하는 장면을 연출할 때면, 일본 열도가 들썩거리곤 했다. 그 덕분에 JGTO 통산 18승을 기록했고 2009년에는 세계 랭킹 29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장점이자 단점인 공격성으로 인해 우승 기회를 놓친 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성을 인정받아 저조한 성적일 때도 스폰서 계약은 끊이질 않았다.

세월 앞엔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즈와 나이키도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고, 앞서 언급한 양희영 선수와 이시카와 료의 스폰서과 후원사를 떠올리며 올봄부터 열리는 국내 대회에서도 남녀 모든 선수들이 빛과 소금이 되는 스폰과 후원을 통해 경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골프 칼럼니스트, ‘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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