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명=김민규기자] “뜻깊은 한해였다.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바야흐로 우리는 ‘페이커’ 시대에 살고 있다. ‘2023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 주역 ‘페이커’ 이상혁(27)이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서 ‘올해의 선수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더욱이 이상혁은 LoL 역사상 최초로 ‘롤드컵 4회 우승’이란 새 역사를 썼다. 그야말로 2023년은 이상혁과 T1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혁은 13일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3 LCK 어워드’에서 대상인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미드라이너상’ 등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제패’의 기세가 시상식으로 이어진 것.

시상식이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이상혁은 “팬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지금껏 혼자만의 힘으로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해준 가족과 친구, 팀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올해의 선수상은)나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다. 팀원들 덕분에 이뤘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선수상’ 공을 팀원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올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서머 시즌에는 손목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끝에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상혁은 “서머 시즌 때 조금 부상도 있었고 부진하면서 뒤늦게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강팀을 이기고 다시 올라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때 많이 성장하고 배운 것 같다”며 “올 한해 있었던 모든 대회를 출전해 많은 경험을 했다. 한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의미있고 뜻깊은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그는 올해 열린 국내 대회뿐 아니라 국제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시작해 9월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11월 최고 대회인 롤드컵에서 7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수많은 대회에서 만난 상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어디일까.

이상혁은 “올해 유독 젠지와 많은 경기를 했다. 많이 지기도 했고, 치고받기도 했다. 이 순간, 젠지와의 경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내년 시즌에도 젠지가 가장 기대된다. 여전히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고 팀 합도 기대된다.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이상혁과 소속팀 T1은 지난해 롤드컵 결승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DRX에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일궈냈다. 이상혁은 팀원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LoL은 팀 게임이다. 많은 것들이 인과적으로 얽혀 있어서 분명 한사람만 잘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팀원들의 영향이 분명히 크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운도 좋았다. 빨리 젠지에게 패한 것이 좋게 작용한 것도 같다. 또 내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에 팀원들이 성장했다. 실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운도 따랐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팀으로 잘하기 위해선 개인의 성장이 중요하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롤드컵 기간 동안 T1 팬들의 ‘만다라트 차트’ 선행이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뛰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가 만다라트 계획표를 짜서 운동과 취미 활동, 선행 등을 해온 데서 본받은 것이다. T1의 우승을 바라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쓰레기 줍기 등 선행을 펼친 것.

이상혁은 “스포츠의 역할은 선한 영향을 미치고 다같이 발전하는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고민하면서 프로 생활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팬들 덕분에 오늘 많은 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내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내 할일을 하면서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상혁을 비롯한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등 T1 선수들은 각 포지션별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며 2023년을 가장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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