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내가 더 똘똘했더라면...”

두산 이승엽(47) 감독이 2023시즌을 돌아봤다. 부임 첫 시즌 5강에 들며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16일 패하면서 5위가 확정됐지만, 분명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아쉬움을 말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더 많다. 미숙한 점도 있었다. 선수들과 융화라든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든지, 내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더 똘똘하게 했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10월14일 두산의 제11대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다. 이름값은 확실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타자’로 군림했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은퇴 투어를 돈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자 경력은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 총재 특별보좌, 국가대표팀 기술위원 등을 지냈다. 동시에 방송 해설위원으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야구예능 ‘최강야구’의 감독이기는 했으나, 오롯이 지도자 커리어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두산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에서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는 ‘초보 감독’이다. 2023시즌을 시작하면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후년 더 좋은 성적을 내 임기 만료인 3년 째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 지도자 연수조차 받지 않은 감독이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지난 7월1일부터 25일까지는 팀 창단 최장인 11연승을 달렸고, 이를 바탕으로 한때 3위까지 오르며 선두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주춤하기는 했다. 8월 중순 7위까지 떨어졌다. 다시 반등했고, 마지막까지 3위 싸움을 벌였다. 결과가 아쉽게 됐으나 초보 감독의 성과로 분명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1년차이다 보니 분명히 미숙한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험 했다. 올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을 위해 또 준비하겠다. 더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지난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세 차례 정상에 섰다. 2022시즌 9위로 처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시 포스트시즌에 나간다.

만족은 없다. 이승엽 감독도 그렇고, 선수단도 그렇다. 팬들 또한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 끝이 아니다. 가을야구가 남았고, 2024시즌도 있다. 초보 감독이 꽤 많은 것을 느꼈을 법한 2023년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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