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국내 두뇌 서바이벌의 원조 정종연 PD가 연출한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아지는 장면은 ‘데스매치’다. 메인 매치에서 탈락한 사람이 생존에 실패한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해 맞붙는 데스매치는 출연자 간 사연이 있고 없고를 떠나 엄청난 긴박감을 줬다.

첫 회 우승자인 홍진호를 비롯해 ‘더 지니어스’에서 인기를 끈 장동민, 오현민 등은 데스매치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이외에도 대다수가 데스매치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 넷플릭스에서 새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을 제작한 정종연 PD는 어찌 된 일인지, 데스매치를 없앴다. 득보다는 실이 더 큰 모양새다.

4화까지 공개된 ‘데블스 플랜’은 출연자들의 매력이 준수하고, 게임의 난이도도 시청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으며, 합숙하면서 발생하는 출연자들의 정치질이 세련되게 편집돼 흥미를 이끌긴 하지만, 데스매치가 사라지면서 두뇌 서바이벌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긴박감도 거세됐다.

‘데블스 플랜’ 탈락자는 가넷 역할을 하는 게임 머니 피스가 0이 되면 자동탈락되는 시스템이다. 피스가 적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탈락 후보가 된다. 첫 메인매치에서 뛰어난 ‘포커페이스’로 승리를 거머쥔 기욤 패트리가 첫 탈락자가 됐다. 다수 연합으로 인해 상황이 몰리자, 피스를 사용하다 결국 꼴찌가 돼 탈락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 ‘더 지니어스’ 시리즈라면 기욤 패트리가 다수 연합 중 한 사람을 지목해 데스매치를 벌이게 될 텐데, 기욤 패트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곧장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니 편과 내 편이 갈라져 끝까지 다투는 광경을 볼 수 없게 된 것. 초반부터 너무 출연자 간 눈물바다가 생기면서, 너무 훈훈해진 인상을 받는다.

그 훈훈한 분위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두뇌 서바이벌 팬층에겐 그리 궁금한 포인트는 아니다.

데스매치가 사라지면서 개인의 능력으로 홀로 게임을 하는 캐릭터도 필요 없게 됐다. 아무리 개인이 특출나봐야 다수 연합을 혼자 깨는 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에 따라 다수연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혼잡한 정치질 사이에서도 자기 능력만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영웅을 보는 것 또한 두뇌 서바이벌을 보는 이유인데, 그 재미마저도 없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번 출연자들은 대부분 유튜브나 지상파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인물이 대체로 많다. 박경림과 하석진, 이시원, 곽튜브, 이혜성, 세븐틴 승관은 사실상 상금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군이다. 이외에도 궤도, 서동주, 김동재, 서유민, 조연우는 비교적 유명세가 덜 한 편이긴 하지만, 직업이 안정적인 편이라 상금에 대한 절박함이 덜할 가능성이 크다.

상금으로 한 몫을 따기 위해 처절한 생존 게임을 벌이기보다는,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이미지를 생각하기 더 좋은 인물군으로 형성돼 있다. 이미 알려진 사람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엔 효과적이지만, 꼭 이겨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독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적다는 건, 이른바 두뇌 서바이벌 코어 팬들에게 강한 재미를 선사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김동재를 제외하곤 이 게임에 처절하게 덤벼드는 사람은 없다. 곽튜브 역시 게임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게 목적으로 보이며, 궤도나 박경림, 이혜성, 서동주 등은 그 어느 때보다 선한 인상으로 ‘데블스 플랜’에 임하고 있다. 이시원과 하석진도 소수 연합에 끼게 됐지만, 빌런 이미지는 아니다.

잔혹한 정치질과 추악한 승리를 위해 모든 본능을 쏟아내길 기대하는 두뇌 서바이벌 팬들에겐 너무 순한 맛인 셈이다. 새롭게 도입된 감옥이나 합숙 시스템, 메인 매치 공간과 쉬는 공간을 따로 분류한 점 등 정 PD의 아이디어가 빛나긴 하지만, 두뇌 서바이벌에서 가장 중요한 절박함과 긴박감을 놓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앞서 정 PD는 여러 방송에서 “성격이 돌변하는 인물이 있다”면서 관전 포인트를 암시했다. 그가 말한 변화가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더 지켜봐야 할 테다. 이제 겨우 4화까지만 공개됐을 뿐이라 ‘데블스 플랜’을 성패의 가르마를 타는 건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웨이브 ‘피의 게임2’ 이상의 마라 맛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티빙 ‘더 타임 호텔’과 같은 순한 맛 인상을 준 1~4화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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